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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새 판을 짜다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3기 서자이

  

출처: 벡터깎는 백수

  현재 한국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가 무엇인가. 유수의 기업들이 언급될 수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HYBE(이하 하이브)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하이브는 엔터사 중에서는 최초로 ‘시총 10조원 시대’를 개막하며, 시가총액 2조원을 넘기 힘든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시기가 다르기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2023년 3월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미디어 콘텐츠 기업 24개사의 시가총액 합계가 26조 5천 58억원임을 감안하면, 하이브의 ‘10조원’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독보적인지 알 수 있다. 그간 업계의 전통적인 강자로 여겨졌던 플레이어들과 이렇게 큰 격차가 난다는 것은 하이브가 기존 엔터사와는 다른 경로로 가고 있다는 것을 함축한다. 본 저널은 하이브의 도약이 IP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해내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드는 혁신을 이루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고, 이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한계를 넘어라


출처: 본인 제공

   하이브는 기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근본적 한계 자체를 자사가 가지고 있는 문제로 정의했다. 기본적으로 하이브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주력 상품은 ‘사람’이다. 필연적으로 휴먼 리스크를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하이브의 주요 IP인 방탄소년단의 군면제 가능성 타임라인에 따라 하이브의 주가는 심하게 요동 쳤다. 즉 하이브는 실제 사람에 의존하는 IP가 아닌 다른 내부 자원을 개발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며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원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엔터사는 사람을 토대로 매력적인 IP를 제작해 시장에 내보이고, 지속적으로 IP와 관련된 상품을 만들고(음원 및 음반 발매) 관리해 IP의 가치를 높이며, 이를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했다. 따라서 엔터사의 수익은 보유한 IP의 가치에 따라 좌지우지되며, IP의 가치는 다시 대중들이 그 IP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직결되어 있었다. 이는 엔터사의 모든 수익 경로가 결국 아티스트를 대중에게 닿게 하는 유통과 홍보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출처: 하나증권


  그리고 기존의 엔터사는 상술한 것과 같이 수익 창출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부분인 유통과 홍보의 과정을 사실상 전부 아웃소싱하고 있었다. 하이브의 추정 실적을 보면, 컨텐츠, 음원/음반, 굿즈 판매 수익금이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상술한 분야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외부 채널을 거쳐야 했다. 예를 들어 자신의 IP인 아티스트를 컨텐츠를 통해 알리기 위해서는 TV, 라디오와 같은 기성 미디어나 거대 SNS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아티스트를 어필해야 했다. 음반을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음반을 팔아줄 음반 판매 기업(매장)이 필요했다. 굿즈를 상시로 판매할 수도 없었으며, 콘서트 현장이나 타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 굿즈 판매 전문 사이트에서 일시적으로 판매를 진행하곤 했다. 이렇게 유통과 공급이 단절되어 있었기 때문에, 유통 수수료로 인한 손실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수익을 내는 요소와 그 수단에 대한 통제가 약하다는 것은 사업 확장 및 유지, 향후 플랜 마련 시 안정성의 부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었다. 


  외부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고객 데이터의 파편화라는 문제 역시 발생시켰다. 고객의 구매 행동이 자사 서비스가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사의 고객이 누구인지 특정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이와 같은 어려움을  “고객의 구체적인 데이터가 유통업자의 손에 있어 우리에게는 ‘숫자’가 없었다”는 말로 표현했다. 즉 고객 데이터 부재 및 파편화로 인해 고객패턴 파악이 곤란했으며, 따라서 양질의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어려웠다. 이는 소비자의 니즈를 누구보다 빠르게 포착해 적용해야 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치명적인 약점이 되었다.


  따라서 하이브가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본질적 한계를 넘어 다음 단계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이미 짜여진 판의  행위자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이브가 결정권과 통제권을 가진 새로운 판을 만들어야 했다.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플랫폼으로


출처: 플래텀


  앞서 언급했듯이 하이브의 문제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특성상 발생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는 기존 엔터사들이 모두 안고 있던 문제였다. 그렇다면 기존 엔터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왔을까? 


 기존의 플레이어들은 제작한 IP에서 파생시킬 수 있는 2, 3차 IP를 최대한 많이 팔아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하이브는 이 문제를 조금 다르게 바라봤다. 단순히 IP를 더 만들어 비용을 충당하는 대신, 원래 들어가야 했던 비용(유통 수수료) 자체를 줄이고자 한 것이다. 하이브는 위버스라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슈퍼앱으로 발전시켜 자신들만의 공급-유통 일원화 밸류체인을 만들었다. 이를 활용해 기존 시장과 달리 사업 분야를 막론하고 위버스를 통해 엔드 유저가 하이브와 직접 만날 수 있게 함으로써, 위버스를 팬 및 대중에게 아티스트를 보여주는 통로이자 수단으로서 확립하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위버스를 고도화시켜, 타사 아티스트의 IP를 가지고도 하이브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시장 질서에서 벗어나 플랫폼 자체를 하이브의 상품으로 만들고자 한 것이다. 


출처: 본인 제공


  다음 표를 통해 위버스가 서비스하고 있는 기능들을 살펴보면, 슈퍼앱으로서 위버스의 면모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위버스가 하이브의 자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굳이 추가할 필요가 없는 투표 기능이나 오픈된 곳에 업로드되어야 하는 영상 제공 기능 등을 제외하고는 기존의 소비자들이 팬덤 활동을 할 때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들을 현재 위버스 앱 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는 큰 수익이 날 수 있는 커머스 부분을 위버스를 통해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기본적으로 자사 상품 판매 채널을 위버스 내의 ‘위버스샵’으로 통일하여 굿즈, 라이브 스트리밍권(공연 티켓 판매 수익의 성격)의 판매를 외부에 위탁하는 대신 하이브가 직접 수행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시장 질서 역시 바꿔 나가고 있다. 일례로, 팬들에게 아티스트를 노출시키기 위해 방송 스케줄을 잡는 대신 자체적으로 영상 컨텐츠를 제작해 ‘굿즈’의 형태로 팔기 시작했다.


위버스 홈페이지 내에서 구매 및 시청할 수 있는 방탄소년단의 리얼리티 영상물 방영일정. 방송사 JTBC에서는 일부 편집된 영상만을 방영한다.   출처: 위버스 트위터 계정


  영상물을 판매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DVD와 같은 실물 굿즈를 외부 판매 채널을 통해 팔거나 타 OTT 플랫폼에 서비스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위버스샵에서 영상물 판매 페이지에서 결제를 완료한 계정에 한해 위버스 앱 내에서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영상물을 제공한다. 즉 아티스트를 소비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정이 모두 자사 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라이선싱, 굿즈, 콘텐츠(캐릭터) 사업, 영상물 출판 사업 등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현재 시장 동향 역시 위버스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슈퍼앱 전략은 고객 데이터가 분산되고 있다는 문제 역시 해결했다. 고객 동선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팬덤 활동에 필요한 모든 활동들을 앱 안에서 서비스해, 고객 행동을 하이브가 전부 관찰하고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 데이터가 외부에 파편화되어 있다는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그 모든 데이터를 자사로 끌어들이는 것 역시 성공했다. 하이브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자사 IP 플랜 구축은 물론, 위버스 서비스 고도화 및 신규 서비스 런칭에 투자해 더 많은 아티스트와 소비자를 끌어들여 시장 내 영향력을 높일 계획이다. 고객의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는 지금, 위버스가 가지고 있는 막대한 고객 데이터와 트래픽은 하이브의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하이브는 위버스를 통해 어떤 임팩트를 창출했는가?



  그렇다면 하이브의 위버스는 성공했는가? 출시된 지 4년이 채 되지 않았고, 전면적인 수익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단언하긴 어렵지만, 현재까지는 순조로워 보인다. 2022년 하이브의 총 매출액 7963억원 중 3280억원은 위버스를 통해 결제되었다. 이는 총 매출액의 40%가 넘는 수치이며, 즉 하이브가 유의미한 중간채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위버스가 창출한 임팩트는 상술한 하이브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위버스의 상당한 비중과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시가총액의 규모를 통해서도 일부분 드러나지만, 위버스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고려할 때 특히 MAU위버스 내 입점 아티스트의 수를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버스는 이제 막 수익화를 준비하는 단계이므로, 향후 가장 중요한 상품이 될 유료 구독 서비스의 고객을 파악하고 확대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지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가 밝힌 가장 최근 추산된 위버스의 MAU(2023.03)는 1000만명에 달한다. 연간 평균 MAU이기 때문에 단순 비교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는 2022년 기준 전체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며, 한국 내에서 발생한 넷플릭스의 MAU 보다 앞서는 기록이다.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의 활동을 계속해서 팔로우하고 싶어하는 팬덤의 특성상 커뮤니티 기능이 활성화된 위버스의 MAU는 비탄력적일 것을 고려하면 위버스가 현재 유의미한 고객층을 가진 플랫폼으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하이브는 위버스의 고도화를 통해 IP가 아닌 주요 수입원을 확보하고자 하고 있다. 위버스의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팬 플랫폼 시장을 타 경쟁사보다 먼저 선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공급자를 따라 소비자가 움직이는 ‘팬코노미’ 시장 특성 상, 이를 위해서는 위버스에 입점하는 아티스트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매우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즉 위버스 입점 아티스트 수는 위버스가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과 미래 소비자층의 규모를 파악하는 측면에 있어서 중요한 KPI가 될 수 있다. 2019년 단 2팀으로 시작했던 위버스의 입점 아티스트는 계속 성장해 현재 83팀에 달한다. 하이브가 공격적인 레이블 인수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과 지속적으로 해외 아티스트의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지난 4월 SM 소속 아티스트의 위버스 입점이 확정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위버스 입점 아티스트가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신규 입점 아티스트의 팬덤이 유입되며 MAU 역시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요소의 연관성 또한 주목된다.


  덧붙여 ‘위버스 DM’ 서비스로 대표되는 최근 시작된 위버스 수익화 플랜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후에는, 구매 전환율 등을 확인해 위버스가 유의미한 수입원으로 자리 잡았는지,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하이브,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가



  하이브가 꿈꾸는 위버스는 단순한 신규 서비스가 아니라, 기존에 이루어져 왔던 시장 질서들을 하이브를 중심으로 재편하는 ‘새로운 판’이었다. 이는 주요 경쟁사인 SM의 행보와 대조된다. SM은 2015년 디어유 컴퍼니를 통해 IT 및 플랫폼 사업에 첫 발을 내딛은 뒤 2020년 2월 주요 서비스인 프라이빗 메신저 서비스 ‘디어유 버블’을 런칭하였다. 하이브 역시 비슷한 시기인 2019년 6월 플랫폼 사업을 위해 위버스 컴퍼니의 ‘위버스’를 선보였다. 두 플랫폼은 현재도 팬덤 플랫폼의 양강 체제를 이루며 경쟁하는 것처럼 표현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출처: 본인 제공


  상기 이미지의 우측에 있는 화면은 SM이 팬을 겨냥해 출시한 앱들이고, 좌측의 화면은 하이브가 출시한 앱들이다. SM과 하이브의 결과가 이렇게 달라진 이유는 이들이 처음부터 구상했던 그림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아래의 이미지를 보자. 

출처: 본인 제공


  SM은 IP를 새롭게 창출하기 위해 ‘자사 중심의’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하려 했다. 즉 이미지 속 O, Δ, ◇와 같은 부분적 요소들만을 출시한 것이다. 반대로 하이브는 위버스라는 큰 틀을 먼저 만든 후, 위버스 내에 기능을 하나씩 추가하는 방식으로 고도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즉 SM이 출시한 서비스들을 한 데 묶을 수 있는 큰 틀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SM은 새로운 ‘기능’이 나올 때마다 사용자들이 새로운 ‘앱’을 설치하도록 해야했고, 출시하는 앱들의 개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SM의 디어유 버블은 팬들의 니즈를 발견하고 하나의 새로운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인 것이다. 이는 분명 매력적인 서비스지만, 사실상 팬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즉 깔아야 할 앱을 하나 더 늘린 것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SM은 플랫폼을 이미 짜여진 판의 부가적인 서비스로 활용했다. 반대로 위버스는 플랫폼을 통해 이미 있는 비즈니스들을 하나로 묶어 팬들이 이용하고자 하는 서비스 제공 창구를 일원화시키고 자사 안으로 포함시켰다. 즉 SM이 경쟁력 있는 신규 서비스를 하나 더 늘렸다면, 하이브는 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판을 먼저 깔았던 것이다. 개별 서비스 중심이 아니었기 때문에 적용될 수 있었던 범위가 훨씬 유연했고, 따라서 자사 중심이 아닌 타사 아티스트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다는 효과도 있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2023년 4월, 하이브는 최근 디어유 버블과 유사한 위버스 DM 서비스를 위버스에 새롭게 런칭할 것임을 알렸으며, SM은 자사 소속 아티스트를 위버스에 입점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미 대다수의 K-POP 아티스트들이 위버스에 입점해있는 이상, SM이 위버스에 필적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다시 자사 아티스트만 사용하는 플랫폼이 될 뿐일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장 큰 경쟁사를 자사 플랫폼에 부분적으로 포섭하는 걸 성공한 하이브는 위버스 수익화 측면의 일환으로 버블과 유사한 서비스인 ‘위버스 DM’을 위버스에 잘 안착시키만 하면 되는, 비교적 쉬운 과제만을 남겨두고 있다. 물론 이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것에 불과하며, 하이브의 목표대로 위버스가 세계 최초, 최고의 팬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더 창의적인 고도화 작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이브가 다음으로 그리고 있는 청사진은 어떤 모습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세대 행정학과 서자이

ssjae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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