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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이 발전소가 되는 시대,
그 중심에 선 테슬라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4기 김지윤


에너지 전환과 새로운 기술의 등장


 ‘2050 탄소중립’은 이제 국제사회의 규범이 되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가시화됨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이 중대한 시대적 과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우리 사회 온실가스 배출의 86.9%(2018년 기준)가 에너지 부문에서 배출되기에, 에너지 전환을 통한 탈탄소화가 핵심이 될 것이다.


현재 전력망 구조 (자료: 한화에너지)


 에너지의 주공급원을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발전량 통제의 어려움이다. 전기 에너지는 발전소부터 가정 등 최종 소비처를 잇는 전력망을 통해 전달되는데, 전력망으로 연결된 모든 곳에서는 매 순간의 생산과 소비가 일치해야 한다. 기존에는 수시로 전력망을 관리하며 화력 발전을 이용해 생산을 조절할 수 있었지만, 자연의 영향을 받는 신재생 에너지는 발전량을 통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저장장치)와, 분산되어 있는 발전설비와 ESS를 연결하고 제어하여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전력관리시스템인 VPP(Virtual Power Plant, 가상발전소)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SS, 꺼내 먹는 에너지


 재생에너지 특성상 날씨나 시간대 등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가정용 태양광 발전과 같은 소규모 분산에너지의 경우에는 발전량과 사용량에 대해 개별적으로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대부분의 유휴 전력이 버려질 수밖에 없었다. ESS는 과잉 공급된 에너지를 저장해 두고, 에너지가 부족할 때 쓰거나 혹은 필요한 곳으로 보내줄 수 있는 장치이다. ESS의 종류는 정전이나 재해를 대비하는 가정용부터, 대규모로 제작되어 많은 양의 에너지를 저장하는 산업용까지 다양하다.


테슬라의 Powerwall (자료: 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ESS 사업을 확장해 왔다. 가정용 ESS인 ‘파워월 (Powerwall)’은 테슬라의 태양광 발전 제품인 ‘솔라루프(Solar Roof)’와 기존 전력망을 통해 공급된 에너지를 저장한다. 산업용 ESS인 ‘메가팩(Megapack)’은 신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며, 하나의 메가팩으로는 정전 시 1시간 동안 평균 3,6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ESS가 정전이나 재해와 같은 ‘설마’의 순간에 대비하는 정도이지만, 앞으로는 에너지 공급과 거래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할 것이다.



VPP, 발전기 없는 발전소


 VPP(Virtual Power Plant, 가상발전소)는 ESS와 분산된 발전설비를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로 통합한 뒤 하나의 발전소처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에너지 공급 구조는 석탄과 원자력 등 소수의 대규모 발전 시설에서 생산해 전국민이 함께 사용하는 중앙집중형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석탄이나 원자력과 달리 소규모의 발전 설비를 활용하기 때문에 수요지 인근에서 발전이 이루어지는 분산형 발전 방식이 적합하다. 이렇게 전력망이 기존의 중앙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전환됨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일정하지 않은 발전량과 소비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VPP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VPP(가상발전소) 개념도 (자료: KERI)


 그중에서도 테슬라는 자사의 ESS 제품과 연결되는 VPP 사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2021년에는 미국 최초로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상발전소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하였고, 2022년에는 미국 서부 최대 전력회사인 퍼시픽가드앤드일렉트릭(PG&E)와 손잡고 자사의 가정용 ESS인 파워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상발전소를 출범하였다. 이후 텍사스주 공공 유틸리티 위원회로부터 자사의 가정용 ESS인 파워월 소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2개 가상발전소 승인을 텍사스주 최초로 획득하며 가상발전소 사업을 본격화하였다.  파워월을 통해 ESS 시장에서의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 가정의 ESS를 연결하고 관리하는 가상발전소 사업까지 선점한 것이다.



오토비더, 내가 만들고 내가 파는 에너지


오토비더 화면 (자료: 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의 ESS와 VPP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오토비더(Autobidder)’ 시스템이다. 오토비더는 개인이 ESS 장치에 저장해 둔 에너지를 자유롭게 거래하여 수익화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다.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에너지 생산량과 소비량을 관리하고, 사용되지 않고 남은 에너지는 사용자의 목표치나 위험 선호도를 반영하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시장 수요에 따라 자동으로 거래된다. 사용자는 남는 전기를 판매하여 이익을 얻고, 테슬라는 가상발전소와 오토비더와 같은 전력 중개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발굴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의 에너지 거래 시스템은 기존의 전력시장을 완전히 뒤흔들게 된다. 지금처럼 고정된 전기요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 수요에 맞게 끊임없이 변동하는 전기 가격에 따라 개인이 직접 전기를 사고팔 수 있게 된다. 개인이 자신의 에너지 소비 조절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개인간 전력 거래가 활성화되면 테슬라는 오토비더 구독료나 거래 수수료와 같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테슬라가 만드는 미래


V2G 개념도 (자료: 무공해차 통합누리집)


 전기차가 ESS로써 가지는 가치도 주목할 만하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비영리단체인 RMI(Rocky Mountain Institute)는 2030년 VPP의 전원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7.9%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내의 배터리를 ESS로 활용하여, 차를 운행하지 않는 시간에는 잉여전력을 필요한 곳에 공급하도록 하는 V2G(Vehicle to Grid) 산업의 확대 전망을 반영한 것이다. 전력 수요량이 적어 전기요금이 저렴한 시간에 충전하고, 전력 수요량이 많은 피크 시간대에 전력을 역전송하여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전기차가 단순히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수익 창출 수단이 되는 것이다. V2G 산업의 확대는 전기차와 VPP 사업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는 테슬라에게는 엄청난 희소식이 될 것이다.


 이렇게 개인간 전력 거래가 활성화되면 미국의 최대 전력수요를 2030년에 미국 5000만 가구의 평균 소비량에 맞먹는 약 60GW, 2050년에는 약 200GW까지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경제성 측면에서는 2030년까지 미국의 전력 부문에서의 연간 지출을 최대 170억 달러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테슬라는 태양광 발전을 통해 만든 에너지를 ESS에 저장하고, 저장한 에너지를 거래할 수 있는 오토비더 시스템, 그리고 모든 것을 관리하는 VPP까지, 전력 생산과 소비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 연결고리 사이의 시너지는 앞으로 더욱 강화되어, 소비자들에게는 잉여 전력 거래를 통한 부가가치를, 테슬라에게는 에너지 시장에서의 넘볼 수 없는 우위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이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테슬라의 성장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나갈지 기대하는 바이다.



연세대 경제 김지윤

chichi1204@yonsei.ac.kr




참고자료

이상준,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원 간 통합 공급을 구현하는 ‘그린에너지 통합시스템‘ 지향」, 경제정보센터, 2021.

이재인, 「미국, 우리집도 발전소가 되는 가상발전소(VPP)에 주목」, KOTRA, 2023.

홍성환, 「美 가상발전소 시장 급성장 전망…테슬라, 시장 선점 박차」, The Guru, 2023.

Dan Gearino, 「Virtual Power Plants Are Coming to Save the Grid, Sooner Than You Might Think」, Inside Climate News, 2023.

손재권, 「전기차 테슬라?…에너지·건설·서비스로 무한 확장」, 매일경제,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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