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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 Generator 로서의 인간

연세대 경영혁신학회 35기 강명인



서론 : 미래에는 데이터를 만들며 돈을 번다


    여러분은 인간을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전에서는 인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고도의 지능을 소유하고 독특한 삶을 영위하는 고등 동물” 인간은 지성과 창조성을 갖춘 생명체로써, 끊임없이 지식을 쌓고 문화를 발전시키는 존재입니다.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인간에 대한 정의를 탐구해 왔고 다양한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그중 하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인간의 지혜로움을 강조하는 개념입니다. 


    오늘 저는 감히, 이 글에서 미래의 인간을 '호모 노베티쿠스(Homo Noveticus)'로 불러보고자 합니다. 이 용어는 데이터를 창조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의미하는데요. 우리는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를 생성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를 통해서 소셜 미디어, 인터넷 검색 등이 수집될 뿐 아니라, 금융 거래 기록 등 하루 동안의 측정 가능한 활동이 모두 데이터로 기록되고 분석됩니다.   



본론 1 : 마이데이터 도입 배경


    AI가 각광받고 있는 이 시대에 데이터는 중요한 자원입니다. AI 모델 성능의 발전을 위해서는 적합한 양질의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바꿔 말하면,  데이터가 AI 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데이터의 가치를 누구에게 돌려줄 것인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이러한 선택의 권한을 개인에게 돌려주려는 움직임입니다. 정보주체인 개인이 본인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 통제하고, 이를 신용관리, 자산관리, 나아가 건강관리까지 개인 생활에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개인은 자신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기업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유에 대한 대가를 제공받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별도의 안내가 없어 자신의 데이터가 어디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기업들은 고객들이 회원 가입 시 동의 버튼을 눌렀다는 이유만으로 고객 정보를 활용한 광고를 돌렸습니다. 데이터는 개인이 만들었는데 개인이 그 데이터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 것입니다. 즉, 데이터의 주도권이 개인이 아닌 기업에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모든 개인에게는 기업에게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열람’을 요청하고 ‘원치 않는 정보는 활용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다만 이 권리를 실제로 인지하고 행사해 본 사람의 비율은 단 7%에 불과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사람들은 이미 권리로서 부여된 데이터 주도권에 대해서 잘 몰랐고, 그렇기에 기업에게 주도권이 넘어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에 변화를 준 것이 “마이 데이터”입니다. 그렇다면, 마이데이터라는 개념은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을까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빅테크의 정보 독점과 개인 데이터 보호 문제

    구글, 애플, 메타 등의 외국계 기업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을 포함한 일부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상품·서비스 영향력을 기반으로 개인정보를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별, 연령, 거주지 등 관련된 기본적인 개인정보만 있어도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광고라는 상품을 판매해서 막대한 수익을 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테크 기업이 개인정보를 다량으로 취득해 맞춤형 광고를 하면서 한 해 수조~수십조 원을 벌고 있지만 그 수익이 정작 데이터를 제공해 준 개인에게는 돌아가지 않는 구조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둘째, 핀테크 기업의 스크래핑으로 인한 데이터 관련 경각심 대두

    2015년 이후 핀테크의 두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토스와 뱅크샐러드의 이용자가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객의 정보를 가져와 보여주는 가계부나 계좌 간 송금정보, 카드 이용금액 조회 등 고객들의 데이터를 손쉽게 보여줄 수 있도록 만들었던 서비스들이 흥행한 것입니다. 서비스를 잘 사용하던 이용자들은 동시에 중요성과 보안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정보를 과연 안전하게 가져와 보여주는 것인가?’ ‘해킹의 우려는 없는가?’ ‘내 정보를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는 거지’ 사람들 머릿속에 본격적으로 개인의 데이터에 대한 개념이 자라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정부 데이터나, 기업 데이터가 아닌 ‘내가 만든, 나와 관련된’ ‘나의 데이터’의 개념 말입니다.

    이에 시장에서는 개인의 데이터를 특정 사이트에서 스크래핑*하여 보여주는 것에 대해 법적 장치 마련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핀테크와 전통적인 금융기업이 모두 이를 지지했습니다. 핀테크 기업에게는 스크래핑을 해오다 보니 보안 이슈와 여러 한계로 인해 서비스가 온전하지 않았어서, 제대로 된 데이터를 보여주고 싶은 니즈가 있었습니다. 전통 금융 기업은 토스나 뱅크샐러드처럼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고 싶지만, 보안과 신뢰가 중요한 산업 특성상 이런 데이터 스크래핑의 약점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뛰어들기 어렵다는 페인포인트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국회가 발 벗고 나서 데이터 3 법 개정을 통해 본격적으로 마이데이터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스크래핑 : 구체적으로 웹 페이지나 다른 프로그램 화면에서 데이터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기법


본론 2 : 국내 마이데이터 산업의 한계


    마이데이터 사업은 금융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반영되었습니다. 2022년 1월, 17개 회사가 본허가를 받고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서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빠르게 확보했습니다. 고객들은 자신의 흩어졌던 계좌, 카드내역, 보험내역 등을 한곳에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존 스크래핑 대비 평균 5배 이상의 정보제공자와의 연결이 발생되며 고객의 데이터 주권에 따라 자신이 보고 싶은 데이터를 조회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마이데이터 표준 API를 적용하면서 서비스 속도가 크게 개선되었고, 누적 가입자는 9개월 만에 5,480만 명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마이데이터 사업의 한계도 드러났습니다. 첫째, 금융 데이터와 비금융 데이터가 한데 묶여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비금융 업계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거의 없어 시너지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는데, 핵심적으로 비금융 업계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이익과 사업 모델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습니다. 금융업계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고객 맞춤형 금융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었지만, 비금융 업계는 이러한 모델을 확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또한, 비금융 업계는 금융업계와 달리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법적 및 규제적 장벽이 높았습니다. 금융업계는 이미 데이터 활용과 관련된 법적 프레임워크가 잘 갖추어져 있었지만, 비금융 업계는 이러한 법적 기반이 부족했습니다. 


    둘째, 마이데이터 사업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들었고, 비용을 상회하는 수익을 내기 위해 상품 광고가 많아졌습니다.  셋째,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보장 부분이 여전히 미약했습니다. 내 정보가 누구에게 가서 어떻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어야 정보 제공 관련 결정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행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개인이 한번 자신의 정보를 사용하는 데 동의한 후에는 그 정보가 누구에게 가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즉, 데이터의 주권을 데이터 생성의 주체인 사람들에게 넘기기 위해 도입되었으나, 
1) 금융업에 한정 → 서비스 상에서 실질적으로 유저에게 제공되는 가치가 많지 않았고 
2) 데이터 거래 인프라 부재 → 아직 데이터 거래로 인한 물질적인 혜택을 얻지는 못한 것입니다.


    금융 데이터 위주로 한정적인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국내 마이데이터 사업과 달리, 해외에서는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전제로 정보 주체에게 데이터 제공 선택지를 제공하고, 데이터 수익화에만 치중하지 않고 개인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것에 함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영국은 2011년부터 마이데이터 정책을 추진하였고, 미국은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개인정보 공유를 통해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스마트공시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일본은 2015년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익명가공정보의 개념을 도입하여 데이터를 유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고, 2017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전자결제 등 대행업'을 도입하였습니다.



본론 3: 국내 마이데이터 사업의 재도약


    2023년 7월 17일, 한국 정부는 '국가 마이데이터 혁신 추진 전략'을 발표하며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대적인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이 전략의 핵심은 금융업에 국한되지 않고, 보건의료, 복지, 통신,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2024년까지 선도 서비스와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고,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마이데이터를 시행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개인정보 전송 범위와 전송 의무 대상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마이데이터 사업의 확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70대 독거노인 D 씨가 자신의 의료, 복지, 통신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동의하면, 독거노인 고독사 방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E기관은 D 씨의 데이터를 받아 평소 대비 이상한 상황이 있는지를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전기 혹은 통신 사용량이 평소 대비 50% 이상 줄어들면, E기관은 즉시 D 씨의 집을 방문해 고독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는 데이터의 통합적 활용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결론 : 미래 전망과 과제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데이터는 "AI 시대의 원유"로 불리며, AI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AI는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성능을 향상하므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수록 더 정확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양과 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단순한 수익원을 넘어서, 국가 경쟁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한국은 정부는 데이터 거래 인프라를 구축하여 개인이 데이터를 판매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핵심적인 것은 먼저 비금융권에 늪에 적용되고 있는 규제적 장벽을 낮추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고령화 사회라는 문제점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AI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기존의 많은 일자리들이 대체되고 있고 앞으로 될 상황에서, 데이터를 판매하여 얻는 소득은 새로운 형태의 수입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즉, 지금 논의되고 있는 기본 급여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거래 플랫폼 개발을 지원하고, 데이터의 안전한 거래를 보장하는 법적·기술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선제적으로, 데이터 주권과 데이터 활용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합니다. 한국의 데이터에 대한 인식은 글로벌 기준에 비해 저조한 편입니다. VM웨어 조사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데이터 주권에 대한 관심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한국 응답자의 91%와 93%가 소비자들이 그들의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와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점점 더 관심을 가진다고 답했지만, '데이터 주권이 조직의 관심사인가'라는 질문에는 약 36%만이 '매우 그렇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는 아·태 지역 평균 50%와 글로벌 평균 48%에 비해 낮은 수치입니다. 또한,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데이터가 무엇이고,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전달할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수집의 도구로서 사용될 온디바이스 시장에 대한 고민과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연세대 경영학과 강명인

myoungin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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