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기 김수안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자동차 회사들은 다양한 차종과 편의 사양을 갖춰야 했다. 동시에 자동차 산업이 하이브리드 ∙ 전기와 같은 동력 계통의 변화와, 커넥티드 카 ∙ 무인 자동차 시스템 등의 차량 이용의 변화 등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비용은 늘어나는데, 변화에 대비할 투자 비용도 마련해야 하는 이중 난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 자동차 회사는 크게 두 가지의 해법을 제시했다. 모듈화 플랫폼과 패밀리룩 디자인의 도입이다.
모듈화 플랫폼이란 약 2만 개가 넘는 자동차의 부품들을 3~4개의 모듈로 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듈의 종류에는 차의 범퍼와 엔진룸 등을 구성하는 프론트 엔드 모듈, 스티어링 등 조향 장치와 에어컨 등의 편의 장치를 포함한 콕핏 모듈, 차량의 하부구조를 담당하는 샤시 모듈 등으로 나뉜다. 자동차 회사는 각 모듈을 필요에 따라 조합하면서 전혀 다른 성격의 차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또한, 부품 공유 비율을 높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이전보다 더 단단하고 가벼운 부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초기 모듈 설계에 큰 비용이 들지만, 일단 모듈화를 완료하면 높은 기본 품질을 가진 다양한 제품을 비슷한 가격에 생산할 수 있다. 모듈화 생산 기법은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도, 소비자 입장에서도 모두에게 가치를 주는 생산의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자동차 디자인의 큰 흐름은 브랜드 '패밀리룩'이다. 패밀리룩 디자인이란 브랜드 고유의 특징을 담아서 디자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요즘 자동차들을 보면 브랜드 별로 비슷하게 생겼다. 패밀리룩 디자인의 배경에는 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 강화 움직임이 맞물려있다. 소비자로 하여금 보자마자 00브랜드의 차라는 점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브랜드 디자인 도입을 통해서 디자인 충성도를 강화하고,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전달하여 차별화를 꾀한다. 동시에 비슷한 디자인에 조금씩 변형을 줌을써 디자인에 드는 비용과 과도한 컨셉트카 개발에서 오는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위 두 사례의 공통점은 소비자에게 가치를 전해주는 부분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프리미엄 브랜드와 대중 브랜드는 절대적인 성능 차이가 크지 않게 되었다. 때문에 기본적인 성능 부분을 모듈화를 통해 보장하고, 주행 감성 혹은 인테리어 같이 소비자가 차별점을 느끼는 부분들을 더 신경 쓴다. 패밀리룩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대중 브랜드의 디자인 수준이 상승하면서 차종 별로 개성 있는 디자인 보다는 브랜드 헤리티지를 강화해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부분에 집중한다. 브랜드 이미지 자체가 구매의 큰 목적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글 ∙ 20기 김수안 | 검토 ∙ 18기 기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