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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부릉, 배기음에도 감성이 있다

20기 박정원




우리는 시동을 걸 때, 그리고 악셀을 밟을 때 나는 ‘부르릉’ 배기음에 익숙하다. 보행자들은 이를 소음 공해라고 느낄 수 있으나, 다수의 운전자들에게 속도를 높이면서 커지는 배기음은 청각적인 자극을 주어 속도에서 오는 쾌감을 극대화한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들에게 대체로 배기음은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을 상징하며, 차를 선택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까닭에 마세라티, 페라리 등 다양한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들은 배기음을 따로 연구하기 위해 엔진 튜닝 전문가와 피아니스트, 작곡가 등을 전문 자문위원으로 초빙하기까지 한다.






전기차, 배기음 없는 조용한 주행



전기차는 동력원이 배터리이기 때문에 휘발유 엔진처럼 내부 폭발이 일어나지 않으며, 따라서 배기음도 나지 않는다. 대체로 32km/h 이하의 속도에서는 거의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경우, 보행자들은, 특히 시각장애인이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경우, 차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청각적으로 알 수 없어서 위험하다. 2009년부터 일본, 유럽연합 등에서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서 일정 속도 이하에서 전기차가 지속적인 소음을 반드시 발생시키도록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가장 먼저 규제를 통과시킨 유럽연합의 경우, 그 소음이 보행자 안전 차원에서 반드시 기존의 내연기관과 비슷한 소리를 낼 것을 조항으로 두었다.







아이폰으로 배기음을 모방하다



 2014년, Soundair라는 아이폰 앱이 출시되었다. 아우디, BMW 등의 인기 차종 5종의 배기음 중 한 가지를 고르면, 전기자동차의 RPM을 인식하여 선택한 배기음을 그에 걸맞는 크기로 아이폰 스피커를 통해 내는 서비스였는데, 서비스 초반부터 호응을 거의 얻지 못했다.


Soundair 어플리케이션 사용 예시. (이미지 출처 - blog.naver.com/iffu)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통해 배기음을 모방하다



 현대, 르노삼성, 닛산, BMW 등 전기자동차를 양산하는 다양한 자동차 회사들은 RPM에 따라 배기음을 모방하는 음향 시스템인 ‘사운드(노이즈) 제너레이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소음 공해를 해결하는 방법, 또는 배기음에 싫증을 느끼는 일부 운전자들의 불만을 어떻게 해소할지 등 다양한 음향 기술을 통해 시도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지만,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배기음을 내는 차는 대체로 환영을 받고 있는 중이다. BMW i8에 적용된 Active Sound Design의 경우, 실제 배기구 및 차 내부 4곳에 스피커를 설치하여 최대한 기존의 배기음을 모방하려는 입체적인 시도를 통해 여전히 완전한 재현은 아니지만, 배기음에 대한 목마름을 일부 해소시켜준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렉서스 RC F SPORT의 사운드 제너레이터 (이미지 출처 - lexus.co.kr)






Insight



Soundair라는 앱은 작디 작은 아이폰의 스피커를 통해 배기음의 감성을 어설프게 재현해내려고 한 뒤 외면당했으며, 반면에 BMW는 차체에 여러 개의 스피커를 입체적으로 배치하여 배기음의 경험을 재현하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무적인 평을 듣는 데에 그쳤다. 감성의 재현은 그 경험을 얼마나 유사하게 모방하느냐에 달려있는데, 이는 굉장히 섬세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 ∙ 20기 박정원  |  검토 ∙ 18기 기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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