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혁신학회 26기 김경민
오늘도 너무나도 익숙하게 쿠팡에서 일주일 치 식재료들을 구입했다. 반나절이면 고기, 채소, 댤걀부터 온갖 생필품까지 거의 모든 물건이 우리 집 문 앞으로 배송 된다. 이렇게 편리한 쇼핑 수단이 등장하다 보니, 마지막으로 대형 마트에 가본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이렇듯, 이커머스의 발달과 새벽 배송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이 빠르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이동하기 시작했다. 쿠팡과 이베이코리아 등의 이커머스 기업들은 이러한 흐름에 발 맞추어 빠르게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고, 신세계, 이마트 등의 유통 대기업들도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어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유통업계의 '온라인 시프트(Online Shift)' 현상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급격히 가속화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언택트(untact)' 소비 트렌드가 기존의 예측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3월 온라인 쇼핑 지출 비중은 60.7%로 코로나 19발생 초기인 1월에 비해서 1.8%포인트 증가했다.
유통업계 온라인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흐름을 더욱 더 공고히 한 것이 바로 코로나19이고, 그에 따라 이마트, 홈플러스 등의 대형마트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쇠퇴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이어져오던 이커머스 업체와 대형 유통업체 사이의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인해 유통채널들 간 가격 격차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또한 콜드체인과 같은 배송 시스템의 고도화로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더이상 온라인에 비해 별다른 강점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 심지어 언택트가 주는 편리함이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의 필요성으로 까지 확대되면서 전 세대의 온라인으로의 전이를 촉발시켰다. 이에 따라 주요 3사의 대형마트들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한 올 2월 주요 3사 대형마트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0.6%나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어 오프라인 쇼핑에 익숙해져있는 중, 장년층 소비자까지 온라인 쇼핑에 적응하게 된다면 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대형마트를 찾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어차피 다가올 대형마트의 위기를 빠르게 피부로 느껴지게 해 주었고, 생존을 위한 구조적 변화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각인시켜주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정부의 규제이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은 의무적으로 월 2회씩 휴업을 해야한다. 또한 매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온라인 배송을 포함한 매장 운영을 할 수 없다. 전통시장과의 갈등으로 인해 부과된 규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장 내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또 휴업을 해야 하다보니 대형마트들 입장에서는 매출에 엄청난 타격을 입게된다. 소비자들의 온라인으로의 이탈로 인하여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똑같이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가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 까지만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호소의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형마트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떠한 방법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난공불락의 상황에 처한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크게 세가지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오프라인 고객 경험의 강화이다. 온라인이 주지 못하는 고객의 '경험'측면에 집중하여 경쟁력을 갖는 것이다. 미국의 월마트가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월마트는 5000평 이상의 넓은 부지를 활용하여 의료, 금융서비스, 미용, 모임 장소 등의 집객 요소를 복합적으로 갖춘 '슈퍼센터'를 설립하여 고객을 유치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규모로 밀어붙이는 전략을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하기는 힘들겠지만 각 매장별 특색을 강화하고 특정 분야의 서비스들을 입점시켜 우리 매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여 쇼핑 이외에 매장에 방문할 이유를 만들어 준다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의 감소가 일정 부분 국내 소비로 전향된 상황에서 대형마트를 각 지역별 특색을 홍보하는 지역의 메카로 개발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두 번째는 가격 경쟁력의 강화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제의 악화로 사람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고, 이에 따라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고 더욱 더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게 되었다. 따라서 대형 유통업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하여 가격 경쟁력을 가진 PB상품을 강화하거나 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한 창고형 매장 등을 확대 운영하여 온라인 채널과 비교해서도 지속적으로 최저가 딜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이다. 예를 들어 각 매장을 자체 상품, 혹은 다른 판매자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지역 물류의 허브로 구축하는 b2b 서비스나, 오프라인 채널 이용에 대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여 다른 서비스에 판매하는 방식의 b2b 서비스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상품 판매의 공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대형마트가 가진 유, 무형의 자산을 활용하여 연관 산업에 진출하여 시너지를 내는 방식으로 생존을 도모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어쩌면 이 상황이 계속될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대형마트가 우리의 추억 속으로 사라질 수 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대형마트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가족들과 즐겁게 주말 시간을 보내던 기억이 있는 공간이다. 대형마트들이 온라인화의 파도 속에서 성공적인 생존 전략을 세워서 미래에도 '온 가족이 함께 쇼핑하는 즐거운 기억을 주는 공간'으로 계속해서 남아있어 주길 바라본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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