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7기 권민서
표지 사진 출처: pxfuel
코로나 19의 팬데믹 선언 이후 많은 나라들이 잇따라 입국 금지 명령을 내리고 비자 발급을 중단하면서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 여행조차 어려워졌다. 코로나 19 이전과 같은 자유로운 여행이 언제쯤 가능해질지, 혹은 코로나 19로 여행 패턴 자체가 완전히 변화할지조차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들도 어려움에 부딪혔다. ‘여행’에서의 경험과 스토리를 핵심 콘텐츠로 하던 이들이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면서 강제로 소재 고갈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들은 코로나 19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여행 유튜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영상들을 긁어모아 콘텐츠화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여행 대신 본인의 일상을 브이로그 형태로 기록해 업로드 하는 것이다. 한편,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 유튜버들도 있다.
구독자 53.5만 명으로 영상미와 공감 가능한 스토리들로 인기를 끌었던 유튜버 ‘여락이들’은 코로나 19 이후 이전 영상들에서는 차마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담거나 QnA 영상, 다이어트 운동 및 식단 영상 등의 콘텐츠들을 제작하고 있다. 눈에 띈 콘텐츠는 여행 관련 용품의 ‘여락마켓’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여행하면서 그들이 실제로 편리하게 이용했던 가방이나 의류, 위생용품 등의 ‘공구’를 진행했다. 채널에 공개된 링크를 통해 정해진 시간동안만 특별 할인을 통해 물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주식회사 단색과 콜라보로 진행한 ‘자유 레깅스’는 이벤트 오픈 이후 20분간 서버가 마비되는 등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국내 최대 여행 커뮤니티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그룹인 ‘여행에 미치다’에서도 ‘여락이들’과 유사하게 온라인 플리마켓을 진행하고 있다. ‘여행에 미치다’에서 만든 ‘여행에 미칠지도’는 물론, 배낭, 파우치 등을 제작하는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하여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등의 마케팅 대행활동을 진행한 것이다. 또한 ‘여행에 미치다’는 트래픽 유지를 위해 소비자 참여형 콘텐츠를 활발하게 생산하고 있었다. ‘방구석 여행 챌린지’로 집안에서 즐길 수 있는 여행을 테마로 한 사진이나 콘텐츠를 올리도록 하였고 이에 따라 집안에서 수영을 즐기거나 캠핑을 즐기는 등의 사진이 공유되었다. 또한 사진 보정법과 관련된 라이브 강좌를 진행하거나 유명 여행지의 모습을 배경화면, 컬러링 북 등의 형태로 제공하기도 했다.
여락이들의 여행용품 판매는 여행을 그리워하고, 코로나 이후의 여행을 준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이용한 똑똑한 대처였다. 다만, 만약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면 온라인 마켓으로 여행용품을 판매하는 커머스 형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행용품의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락이들이 여행용품뿐 아니라 다이어트 관련 정보를 다루거나 여행의 미치다가 새로운 개념의 여행을 도입한 것처럼, 콘텐츠의 폭을 넓히며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은 트래픽을 유지하는 좋은 대처인 것 같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여행이 이전처럼 활성화되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외출 금지 규제가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유명 여행지로 사람들이 몰려 다시 코로나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에 쉽사리 여행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러나 여행 자체에 대한 수요는 계속될 것이다. (실제로 경기관광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19 종식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로 ‘국내 여행’이 1위(47%)를 차지했다.)
코로나 이후에는 국내 여행이나 언택트 여행 등 새로운 형태의 여행이 주가 될 것이다. 우르르 몰려 유명한 장소를 보러 가는 여행이 아니라, 답답했던 일상에서 벗어난 ‘경험’에 초점이 맞혀져, 가까운 거리라도 숨겨진 명소나 좋은 카페를 방문하거나, 캠핑이나 국내 여행 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이전부터 존재했던, 단순히 잘 알려진 곳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여행지를 찾으려는 경향이 코로나 19 이후 가속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짧은 시간, 짧은 거리라도 휴식과 경험으로도 여행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게 된다. ‘여가’와 ‘여행’의 경계가 흐려지고, 여행의 의미가 확장되는 것이다.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은 코로나 이전에도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의 버킷리스트가 되기도, 대리만족과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믿을만한 정보통이 되기도 했다. 이전부터 여행지에서 겪은 그들만의 스토리를 공유하고 콘텐츠화했던, 그리고 여행에 목말라 있는 이들이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면 캠핑이나 언택트 여행, 차박 등 새로운 여행 형태를 가장 먼저 콘텐츠화할 것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멀리 나가지 않아도 여행의 기분을 듬뿍 느낄 수 있음을 알게 되고, 여행 버킷리스트의 목록을 새롭게 적어내려갈지도 모른다.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여행 크리에이터들이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또 여행의 의미가 확대되면서 여행자들의 니즈, 콘텐츠 수용자들의 니즈도 다양화될 것이다. 오지의 풍경을 보고 싶다거나, 우리나라에 숨겨진 자연경관을 보고싶다거나, 호캉스 하기 좋은 곳을 알고 싶다거나, 그 장소에서만 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나 클래스를 해보고 싶다는 등. 이전까지는 대부분의 여행 크리에이터들이 세계여행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왔다면, 각자의 컨셉을 명확히 하는 유튜버들이 등장할 수도 있겠다. 장소나 체험, 영상에서 전하는 메시지나 스토리가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더 세분화되어 콘텐츠 수용자에게 맞는 독특한 컨셉의 여행 유튜버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던 시절은 행복했던 한때의 추억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고 다시 저마다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크리에이터들 저마다의 여행을 담은 영상들을 얼른 볼 수 있길 바란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권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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