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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정 Jun 26. 2017

1-2. 처음이란 게 다 그런 것

어디? 폴란드?


그냥 무사히 돌아오는 게 목표다.







002. 처음이란 게 다 그런 것

(부제: 정신 똑디!)




여행을 준비하면 준비할수록
불안감은 오히려 더 커져갔다.
음모에 가까운 후기들이 난무한 덕에
(원래 무사히 다녀오면 후기  남긴다.)
신나게 준비하던 여행의 목적도 단순해졌다.



"우리  가는 거야?"
근본적인 질문이 나올 때까지
근본 없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시작됐다.



그렇게 출국일은 스멀스멀 다가왔고
복붙복붙의 일상과 야근을 뒤로하며
먼지 쌓인 캐리어를 꺼냈다.



너무 걱정만 한 탓일까.
아무것도 아는 게 없던 탓일까.
최악의 상황만 생각해서일까.

폴란드로 떠나는 길은 매우 순탄했다.

황금연휴에 시작한 일정이라
사람이 많아서 수속이 늦어질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일찍 도착해 앞 좌석을 받았고,
빠듯할 줄 알았던 환승시간은
물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탑승구 앞에서 기다릴 정도로 여유로웠다.
가장 걱정했던 수하물 역시
수하물 벨트 위에서 빙빙 돌며
우리를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걱정 한 거야?"


그렇게 우리는
못 갈 것 같던 폴란드에 도착했다.



"모든  완벽했어!"
"괜히 걱정했네!"
"이 정도면 우리 여행 마스터 아니야?"



일사천리로 잘 풀리자
한국에서는 없던 자신감이
낯선 폴란드 땅에서 뿜뿜 차올랐다.





하지만 인생이란 게 원래 그렇지 않던가.
좋은 일은 항상 나쁜 일과 손잡고 함께 온다고.
(명심하자. 명언이다.)
긴장을 놓는 순간, 뒤통수를 맞았다.

도착이 목표였던 우리는
목표 달성하고 30분 후
눈앞에서 50유로를 털렸다.


밑장 빼기를 한 건지,
50유로 한 장을 실수로 책상 바닥에
떨어 트린 건지 모르겠으나,
그렇게 눈 뜨고 코를 베였다.
(그래, 돈을 한꺼번에 건네준 내 잘못이다...
정말 아차 싶었다.)



"바람같이 털렸어."
"어쩔 수 없지 뭐."
"함부로 긴장 놓지 말라는 계시야."




이미 경유지 암스테르담에서
택시 바가지 공격을 당했던 우리는
50유로 2차 공격에 다시 긴장했고
이어서 다가온 3차 공격에 전의를 상실했다.



모바일 데이터 없이
하루를 더 살아야 했다.
(옛날에는 어떻게 다녔나 모르겠다.)


인터넷 문명도, 50유로와 손잡고
우리를 떠나갔다.

탈곡기마냥 털린 멘탈 부스러기를 주워 담고
사진기로 전락한 휴대폰을 부여잡고
3일간 지낼 크라쿠프로 바로 이동했다.



지친 몸과 마음을 질질 끌고서 찾아간
폴란드 첫 숙소는

그래도


마지막으로 제대로
우리를 위로해줬다.



같은 가격으로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아파트 숙소를 보고 나니
'우리도 여인네는 여인네구나' 하며
(단순하다는 게 더 맞겠지만)
위대한(!) 동유럽 물가를 체감하며
첫날을 만족스럽게 끝낼 수 있었다.




우리는 훗날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50유로 사건이 최악이 아니었음을...)
상상도 하지 못한 채,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행복했다.









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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