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어느 날 새벽, 조용히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 아침 첫 소변이 필요했다. 종이컵에 소변을 받아 들고 테스트기를 넣었다 뺐다. 5분 동안 두 손을 모으고 기다렸다. 아주 옅게 두 줄이 보인다. 안방에서 자고 있는 남편이 들을까봐 속으로 외쳤다. '임신이라니!' 정신을 잠시 놓은 사람처럼 혼자 웃었다. 싱글벙글 웃으며 출근 준비를 했다. 남편에게 어떻게 알리는 게 좋을지 고민을 하며 사진을 찍고 테스트기는 서랍 속에 숨기고 집을 나왔다.
'어떤 아이가 찾아온 걸까? 나를 닮았을까? 오빠를 닮았을까? 오빠의 얼굴 크기와 체형, 그리고 나의 오똑한 코를 닮았으면 좋겠다. 나처럼 과묵한 아이는 아니어야 할 텐데. 친구 같은 엄마가 되어야지.' 기분 좋은 상상이었다. 남편에게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냈다. "오빠, 아빠가 된 것을 축하해."
하루가 1년 같다. 9개월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기다려야 할 지 모르겠다. 기분 좋은 기다림이었다. 태교 관련 책도 구입하고 출산 관련 강좌도 찾아 들었다. 행복했다. 신생아 사진을 찾아보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이 설렘과 자신감은 아이를 낳고 퇴원 후 집에 오자마자 연기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상상 이상이었다. 젖소가 된 기분이었다. 매일 밤 울음소리에 내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방긋 웃고 있던 신생아 사진 속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눈 아래는 검게 변해갔고 입술에서는 피가 마르지 않았다. 그렇게 매일 시달렸다. '너무 예쁜 우리 아가. 사랑하는 나의 딸, 나의 아들.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어. 너의 똥은 왜 냄새가 나지 않을까?' 주변 지인들이 SNS에 남긴 아이의 사진과 글. 나는 쓸 수 없었다. 쌔근쌔근 자는 모습만이 그저 아름다웠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48개월 무렵 밤마다 들리던 울음소리가 드디어 멈췄다. 남편과 나는 올레를 외쳤다. 그토록 힘들었던 시간들이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지면서 또 다른 설렘이 나의 마음을 두드렸다.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은 엄마.
물론 매일 웃는 일만 있지는 않았다. 호불호가 명확하고 옳고 그름이 분명한 아이를 대하기 어려웠다. 오늘도 또 다툰다. 언성을 높이고 사과한다. 반복되는 이 일상이 지칠 법도 하지만 흘리는 눈물만큼 우리 사이는 가까워지고 있다.
옆에서 쫑알거리는 이 아이가 좋다. “엄마 미워!” 소리 지르며 휙 돌아섰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엄마 사랑해.” 하면서 내 품에 안기는 이 아이가 사랑스럽다. 내일은 우리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꿀꿀아, 우리 내일은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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