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4학년이 되는 꿀꿀이는 이랬다 저랬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아이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한복디자이너가 꿈이었고,
유치원에 다닐 때는 발레리나가 꿈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더니 유치원 선생님이 되겠다고 했다가
지금은 미대를 졸업하고 애견미용사가 되거나 아기사진이나 풍경사진을 찍는 사진작가가 되겠다고 한다.
매번 바뀌기는 하지만
아이의 꿈을 응원하고
배우고자 하는 것은 뒤에서 팍팍 밀어주고 싶지만,
하고 싶다는 것이 죄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예체능이라 고민이 된다.
"엄마, 난 발레와 미술은 절대 포기할 수 없어. 토슈즈를 꼭 신어볼 거고, 미대에 가서 미술에 대해 더 많이 배울 거야."
난 속으로 말했다.
'발레는 성인이 되어 취미로 배우면서 토슈즈를 신어볼 수 있고, 미대에 가지 않아도 미술에 대해 배울 수 있어.'
미술학원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꿀꿀이가 이번 작업도 소묘로 진행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서 소묘 기초도 함께 해보기로 했고,
유화에도 관심을 보이는데, 유화 클래스 등록 혹은 재료 보내주시면 알려줄 수 있다고.
맞다. 미술 재료에 관심을 보이더니 수채화/아크릴/유화 물감과 색연필을 사달라고 하면서 집에서 해보고 싶어 했다. 수채화와 아크릴, 색연필은 집에서 해보라고 던져줄 수 있겠는데 유화 물감은 나도 써본 적이 없어 고민이 되던 찰나였다.
"선생님, 재료 준비해서 보내볼게요. 정말 감사해요."
메시지를 보냈고, 준비해야 하는 재료를 선생님께서 정리해서 안내해 주셨다.
유화 물감, 유화 붓, 팔레트 나이프, 종이 팔레트, 터페노이드, 유화 세척통, 기름 닦을 수건.
하나씩 검색을 했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웃음만 나온다.
'재료비를 낸다고 할 걸 그랬나.'
미대 언니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아이, 심지어 학원 선생님께도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 아이의 꿈을 '돈'때문에 "안 돼!"라고 할 수 없지만 '현실'을 버릴 수도 없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보기에 이 아이의 실력이 남들 하는 만큼의 수준 같다는 것.
갑자기 우리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공부나 해!
그때는 엄마의 그 말이 싫었는데 지금은 조금 이해가 된다.
그래도 그때 나의 감정을 떠올리며
지금은 너의 그 희망을 저버리지 않도록 응원할게.
앞으로 너의 꿈은 수십 번 더 바뀔 수 있으니까.
이것이 엄마의 역할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