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신경숙 작가님의 《외딴방》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작가님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에게나 외딴방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요.”
질문이었지만, 이미 내 안에 자리하고 있던 대답처럼 마음에 남았다.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내 안의 방 하나를 떠올렸다. 누구에게도 쉽게 내어주지 않는 방. 들여다보는 순간 마음의 결이 고스란히 드러날까 봐 조심스럽게 빗장을 걸어두었던 그곳. 나 역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외딴방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 방은 도망치기 위해 만든 곳이 아니었다. 온전히 숨을 쉴 수 있는 나만의 ‘숨구멍’이었다. 그것은 가족을 떠나는 독립도, 관계를 끊어내는 독립도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역할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남겨둔 자리였다. 엄마로, 아내로, 누군가의 책임과 이름으로 살아가면서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나로 잠시 머물 수 있는 곳.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
문득 최지현, 서평강, 문유림 저자의 《사나운 독립》이 떠오른다. 그녀들에게 독립이란 안락한 요람이 아니라, 세상이 정해놓은 궤도를 이탈해 나만의 자리를 만들어내는 치열한 투쟁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의 외딴방 또한 그 사나운 기운으로 지켜낸 자리였다.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역할이라는 거센 파도 속에서, ‘나’라는 본질을 침범당하지 않으려 옹골지게 버텨온 독립의 영토였던 것이다.
나는 또다시 새로운 문 앞에 서 있다. 다시 하는 도전 앞에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서지만, 남편이 퇴사하고 삼 개월 동안 함께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독립이란 결국 홀로 고고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단단히 세워 세상과 더 건강하게 마주하는 일임을 이제는 알고 있다.
나의 독립은 이제 문을 닫아거는 일에 머물지 않는다. 세상과 등을 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단단한 방 하나를 남겨두어 언제든 다시 나로 돌아올 수 있게, 내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하는 일이다. 숨을 고르고 싶을 땐 외딴방으로 들어가 나를 돌보겠지만, 그 방문을 꽁꽁 잠그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라도 똑똑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그 틈 사이로 사람이 흐르고 온기가 통할 때, 나의 외딴방은 비로소 진정한 독립의 공간이 될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