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母女)

by 빛날애

친정에 가면 엄마는 나를 붙잡아 둔다.

살이 왜 이리 빠졌냐는 타령으로 시작해

아이 셋 키우는 고단함을 말보다

깊은 눈으로 훑는다.


"여기선 좀 쉬어라."


그 마음을 가만히 받기만 할 재간이 없어

기어이 고무장갑을 뺏어 든다.

찬물 속에 잠긴 엄마의 손마디가 손끝에 걸린다.

문득 거칠어진 세월이 만져져 공연히 물소리를 높여

눈물을 감춘다.


호랑이 같던 엄마는 언제 저리 작아졌을까.

어느새 소녀의 등을 한 할머니가 되어

손주들 손에 빳빳한 지폐를 쥐여주며 당부한다.


"너희 엄마 힘들게 하지 마라. 우리 예쁜 아가들, 알겠지?"


그 한마디에 나는

다시 어린 딸이 된다.


세상을 떠난 아빠가 서 있던 그 나이로

이제, 내가 조금씩 걸어 들어간다.

묻고 싶어진다.

엄마는 그 막막한 생의 굽이들을

어디에 기댄 채 건너왔을까.

누구에게도 말 못 한 울음은

어느 깊은 흙 속에 묻어 두었을까.


오늘,

엄마는 기어이 나를 쉬게 하였고

나는 엄마의 닳아진 세월을

아주 오래도록, 몰래 쓰다듬었다.


KakaoTalk_20260219_234204353.jpg 문화센터에서 만들었다는, 엄마의 사랑스러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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