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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희 Apr 26. 2020

잘라내지 않아도 괜찮아

자르는 것보다 올리는 것을 선택하겠어


새로운 흰 의자를 구매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막상 의자에 앉으니 책상보다 의자가 높았다. 모양새가 마치 어른이 초등학생 저학년 책상을 사용하는 듯했다. 오래 앉으니 어깨와 목이 아팠다.

‘의자 다리를 자르자.’
의자 사오 센티미터 정도 잘라 줄 수 있는 목공을 알아보았다. 인터넷을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 나처럼 의자가 책상에 비해 높아서 불편한 사람이 있을 텐데, 아니면 내 허리가 남들보다 유난히 긴 것일까. 라며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요즘 DIY 가구가 흔하다 보니 톱을 구매해서 스스로 자르는 방법도 모색했다. 한 번 사용하기 위해서 톱을 사려니, 후에 짐만 될 것 같아 그것도 바람직하지 못했다.

문득 왜 나는 ‘잘라내는 것’에 초점을 두고 해결하려고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문제’는 방해꾼이자 장애물이기 때문에 그것을 피하거나 눈앞에서 없애야 하는 평소 심리가 고스란히 작용한 것 일게다.

그러나 어떤 문제들은 없애버리는 게 해결방법이 아니다. 잘라낼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이번 의자도 분명 수소문해서 목수에게 의뢰할 수도 있었겠지만, 쉽고 간편하게 이 문제를 해결했다.

책상다리를 높였다. 자르는 것보다 올리는 것이 훨씬 쉽고 확실했다.

인터넷에 이곳저곳 찾아보다가 네모반듯한 나무 주사위를 찾았고 각 700원에 4개 구매했다. 다리 가로세로 사이즈와 맞아서 다리 밑에 두니 딱 맞았다. 다이소에서 의자 발커버를 사서 주사위가 보이지 않도록 했다.

살면서 문제는 피하고 싶고 없애야 하는 부정적인 것들이지만, 때로는 문제로 인해서 삶이 한 단계 올라가기도 한다.

잘라내면 쉽지만 결단코 우리를 한 차원 높이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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