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힘든 인간관계
내게 인간관계는 무엇일까?
사실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까지만 해도 인간관계는 내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내 삶이 있고 사람에게 관심을 줄 만큼 여유롭지도 못했다. 혼자 있는 것이 내 상황에서는 당연하고 괜찮은 일이었다. 그러나 간과했던 건, 남에게 신경 쓰지 못한 만큼 더욱 큰 무관심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설마 사회 부적응자인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사춘기도 아니고 이 나이가 돼서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태연하게 쿨하게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실상 매년 달력에 정성스럽게 써놓은 지인들 생일을 적은 내가 한심했고, 나와 깊은 사이라고 생각했던 지인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카톡 알림에 내 생일이 뜨지 않으면 전혀 모르고 지나가는 관계밖에 없다는 게 실감이 나면서 생각보다 많은 이들은 내게 관심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누구에게는 이 무관심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아픈 것은 아픈 것이다. 스스로에게 솔직하기로 했다.
감정은 자율신경과 같다.
우리는 땀을 많이 내고 싶다고 해서 많이 낼 수 없으며, 적게 내고 싶다고 해서 적게 낼 수 없다. 땀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배출되는 아주 자유로운 액체다. 심장 박동이나 호흡, 소화 등도 뇌를 거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원칙에 의해 자동으로 반응한다. 얼굴이 빨개지는 형상도 혈관이 확장됨으로 일어나는 것인데, 자율신경이라서 내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떡하지, 봄이 빨리 왔으면.
자율신경이 자유롭게 작동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자주적인 자유를 가지고 있지 않다. 원인 없이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땀이 안 난다, 뛰어야 땀나고 더운 곳으로 환경을 옮기면 원하지 않아도 땀난다. 분명 내 의지로 조정할 수 없는 신경 반응들이지만, 철저하게 외부 혹은 내부 조건에 의해서 일어난다.
원인 없는 감정이 없으며, 원인 없는 아픔도 없다.
나도 모르게 진행돼 온 이 문제, 이제는 인간관계가 어렵게만 느껴진다.
인간관계는 당연히 힘들다.
괜찮다고 애써 말하고 싶지 않다.
아픈 것은 아픈 것이다.
인정부터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