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담희 Nov 18. 2019

아픈 것은 아픈 것이다

당연히 힘든 인간관계

내게 인간관계는 무엇일까?


사실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까지만 해도 인간관계는 내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내 삶이 있고 사람에게 관심을 줄 만큼 여유롭지도 못했다. 혼자 있는 것이 내 상황에서는 당연하고 괜찮은 일이었다. 그러나 간과했던 건, 남에게 신경 쓰지 못한 만큼 더욱 큰 무관심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설마 사회 부적응자인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사춘기도 아니고 이 나이가 돼서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태연하게 쿨하게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실상 매년 달력에 정성스럽게 써놓은 지인들 생일을 적은 내가 한심했고, 나와 깊은 사이라고 생각했던 지인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카톡 알림에 내 생일이 뜨지 않으면 전혀 모르고 지나가는 관계밖에 없다는 게 실감이 나면서 생각보다 많은 이들은 내게 관심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누구에게는 이 무관심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아픈 것은 아픈 것이다. 스스로에게 솔직하기로 했다.


감정은 자율신경과 같다.
우리는 땀을 많이 내고 싶다고 해서 많이 낼 수 없으며, 적게 내고 싶다고 해서 적게 낼 수 없다. 땀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배출되는 아주 자유로운 액체다. 심장 박동이나 호흡, 소화 등도 뇌를 거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원칙에 의해 자동으로 반응한다. 얼굴이 빨개지는 형상도 혈관이 확장됨으로 일어나는 것인데, 자율신경이라서 내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떡하지, 봄이 빨리 왔으면.

자율신경이 자유롭게 작동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자주적인 자유를 가지고 있지 않다. 원인 없이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땀이 안 난다, 뛰어야 땀나고 더운 곳으로 환경을 옮기면 원하지 않아도 땀난다. 분명 내 의지로 조정할 수 없는 신경 반응들이지만, 철저하게 외부 혹은 내부 조건에 의해서 일어난다.


원인 없는 감정이 없으며, 원인 없는 아픔도 없다.


나도 모르게 진행돼 온 이 문제, 이제는 인간관계가 어렵게만 느껴진다.


인간관계는 당연히 힘들다.

괜찮다고 애써 말하고 싶지 않다.

아픈 것은 아픈 것이다.

인정부터 하고 싶었다.

작가의 이전글 스물아홉 생일, 모든 것이 시작된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