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를 향한 마지막 스퍼트

14. 드디어 끝.

by 빛새

피 말리게 힘들었던 논문심사를 통과하고 2달을 쉬었다. 넉 달 동안 신물 나게 책을 봤기 때문에 한 달 반 동안은 아무것도 안 했다. 빈 시간 동안 밥하는 법을 배우고, 청소하는 법을 익히고, 집안일을 하다 보니, 내가 학생인지 백수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마당에 널브러진 거적때기처럼, 그저 편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꿈같은 시간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석사논문 디펜스는 통과했지만, 이 상태로 발표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웠기 때문에 남은 2주 간 부랴부랴 논문 마감 작업에 들어갔다.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원문을 두고 머리를 싸맸고,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논리체계를 어떻게든 표현했고, 디펜스 이후에 나온 논문들도 살펴보면서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 고민을 거듭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나체로 조각된 이유가, 머리에서 생긴 열이 온몸으로 퍼져나갔기 때문 아니었을까.




논문 수정을 마치고 제출하는 것도 순탄하지 않았다. 논문 영문명을 마음대로 작성해서 논문심사 교수님들께 정정원을 내질 않나, 맞춤법 검사기를 여러 번 돌렸는데도 오타가 발견되어서 인쇄소 앞에서 부랴부랴 수정하지 않나. 도망쳐서 들어갔던 대학원은, 나를 마지막까지 놓지 않으려 하는구나. 그렇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서 참고 참았다. 유난히 헛짓거리를 많이 했던 논문 제출 전 마지막 일주일은, 지금 돌이켜보면 도망치기로 결심했던 2년 전의 내 선택을 원점으로 되돌리기 위해 치르는 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닌데, 꼭 치러야 하는 쓸모없는 시간 낭비였으니까.




마감 기한 전날, 교수님과 학교 도서관에서 반년 동안 빌렸던 책을 반납하고, 대학원 행정실에 논문 완성본을 제출했다. 행정실 컨테이너를 나섰을 때, 단 하나의 생각이 나의 뇌리를 스쳤다.


아, 드디어 끝났구나.



Cover : Photo by Adi Goldstei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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