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네 번째 학기 동안에는 수업을 듣지 않고, 쉼 없이 쳇바퀴를 돌리면서 졸업논문을 만들었다. 논문을 잘 쓸 때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고, 반대로 못 쓸 때는 세상 무기력한 느낌을 받았다. 2020년 11월 초, 일희일비하면서 만든 어설픈 결과물을 선보이기 위해서 여러 교수님에게 평가받아야 했다. 피할 수 없어서 더 단단히 준비했다.
석사 논문 심사를 받으려면 같은 과에 계신 3명의 교수님에게 연락드려야 했다. 논문심사 한 달 전이었던 10월 중순쯤에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논문 심사위원 명단을 추천받았고, 그중 두 분의 교수님께 어찌어찌 연락을 드려서 논문 심사를 부탁드렸다. (나머지 심사위원 한 분은 지도교수님이셨다.)
지금 돌이켜보면 교수님들께 석사 논문 심사해달라고 연락드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그때는 그게 무서워서 교수님들께 메일을 쓸 때마다 손과 발이 벌벌 떨렸다. 그때 당시의 나는 석사 논문을 심사하시는 교수님들이 너무 무서웠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내 의견을 당당하게 표출하는 게 어려웠을 수도 있었다.
논문 심사위원이 되실 세 분 교수님과 논문심사 일정을 맞추었고, 11월 중순에 석사 논문 심사를 받기로 하였다. 남은 한 달 동안 어찌어찌 마무리해보려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내 논문에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여서 마음이 무거웠다. 논문 심사가 너무 무서웠던 나머지 며칠 동안 잠도 설쳤고, 심사 당일에는 지하철을 타고 학교로 가는 한 시간이 가시밭길에 선 것처럼 긴장했다.
그날 오전 11시, 나는 대학원 세미나실에서 논문 심사를 받았다. 원래는 심사위원 세 분이 계셔야 하지만, 한 분께서는 출장을 가시는 바람에 서면 심사를 받기로 하여 두 분을 만나기로 하였다. 두 교수님께서는 12시에 점심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그전까지 논문심사를 받기로 하였다. 논문 심사를 길게 받을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발표자료도 자세하게 준비했었지만, 짧고 굵게 할 말만 해 달라고 하셔서 당황했었다. 4개월 동안 어떻게든 붙잡으면서 논문을 썼지만, 아직도 머릿속에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짧고 굵게 요약할 수는 없었다. 15분 동안 서론만 겨우 넘겼는데, 어느 심사위원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빛새 선생님의 논문 발표는 여기까지 듣고, 이제 우리가 선생님의 논문에 관해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그때부터 약 한 시간가량 두 심사위원의 가차 없는 피드백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내 논문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다가, 막판에는 두 분께서 이 주제에 대해 서로 알아서 얘기하셨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논문 심사 자리에서 나에게 검증의 칼날을 들이밀다가, 갑자기 자기들끼리 빠져서 잡담하고 있으니 황당했지만, 그때는 겁을 크게 먹고 있어서 그런 상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디펜스와 피드백을 마친 후, 두 교수님께서는 논문 심사 결과를 내기 위해 나에게 대학원 세미나실 밖으로 잠깐 나가 달라고 하셨다. 예정되었던 시간이 넘어가서 조마조마했지만, 그 표정을 감추고 바로 옆 학과사무실에서 잠깐 쉬고 있었다.
5년처럼 지나갔던 5분이 지나고, 나는 논문 심사 결과를 듣기 위해 심사장으로 다시 들어갔다. 미친 듯이 지적받았기 때문에 불합격되어도 어쩔 수 없을 거로 생각하고 덤덤히 들어갔다.
빛새 선생님의 논문 심사 결과, 3명 심사위원 모두 만장일치로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논문 제출 기한까지 남은 두 달 동안 논문을 더 정리하셔서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폭풍 같았던 논문 심사가 끝나고 말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정말 기쁜 감정을 표출하고 싶었지만, 지난 넉 달 동안 새하얗게 불태웠기 때문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정말로 정말로 새하얗게 불태웠다. 모든 것을 잊고 한 달 동안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