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 Again

11. 2주 전의 고생을 다시 겪었다

by 빛새

2020년 봄, 나는 비대면 수업의 혜택을 맘껏 누리며 편하게 대학원에 다녔다. 교내 학술대회 문제도 급하게 해결하긴 했지만 나름 잘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과대표 선생님으로부터 갑자기 프로포절을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 또 벌어졌다.




우리 학교에 다니는 석사 과정 대학원생들은 대체로 1-2학기 때 학술대회에 참여해서 자기가 생각했던 논문 주제를 미리 소개하고 나서, 프로포절 때는 그걸 심화•발전시켜서 그럴듯한 연구주제를 발표하였다. 그런데 난 3학기에 학술대회에 대충 발표하는 바람에 2주 전에 했던 짓을 또 해야 했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마법을 부린 것처럼, 나는 2주 전으로 돌아가 연구 주제를 찾고, 논리의 근거가 되는 논문을 또 찾아야 했다.


이번에는 학술대회와는 달리 내 석사 생활을 걸고 발표해야 했기 때문에 대충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내 역량은 2주 전과 달라진 건 없었기에 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밤을 새우면서 주제를 찾는 건 도저히 답이 안 나올 거 같아서 교수님에게 sos를 청했다. 교수님께서는 별다른 말 없이 개념서 몇 권을 챙겨 주셨다.


개념서 몇 권을 4일 만에 이해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학술대회 시절의 원고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다. 학술대회에서나 프로포절에서나 교수님들과 동료 선생님들에게 털리는 건 매한가지였만, 그래도 이번인 조금 더 그럴듯하게 써내어서 그런지 버틸 만했었다.


여차 저차 해서 세 번째 학기가 지나갔다.



7월 초, 나는 지도교수님의 연구실에서 논문 쓰는 법을 배웠다. 이제 막 졸업논문을 쓰기 시작한 햇병아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학위논문은 연구자가 개념서와 참고논문을 읽고, 그걸 정리하고, 어느 정도 정리되었으면 교수를 만나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쓰는 거다.


이제 졸업을 위한 마라톤이 시작되었다. 나는 단지 출발선상에 섰을 뿐이다.




Cover : Photo by Bru-nO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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