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봄, 나는 비대면 수업의 혜택을 맘껏 누리며 편하게 대학원에 다녔다. 교내 학술대회 문제도 급하게 해결하긴 했지만 나름 잘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과대표 선생님으로부터 갑자기 프로포절을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 또 벌어졌다.
우리 학교에 다니는 석사 과정 대학원생들은 대체로 1-2학기 때 학술대회에 참여해서 자기가 생각했던 논문 주제를 미리 소개하고 나서, 프로포절 때는 그걸 심화•발전시켜서 그럴듯한 연구주제를 발표하였다. 그런데 난 3학기에 학술대회에 대충 발표하는 바람에 2주 전에 했던 짓을 또 해야 했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마법을 부린 것처럼, 나는 2주 전으로 돌아가 연구 주제를 찾고, 논리의 근거가 되는 논문을 또 찾아야 했다.
이번에는 학술대회와는 달리 내 석사 생활을 걸고 발표해야 했기 때문에 대충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내 역량은 2주 전과 달라진 건 없었기에 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밤을 새우면서 주제를 찾는 건 도저히 답이 안 나올 거 같아서 교수님에게 sos를 청했다. 교수님께서는 별다른 말 없이 개념서 몇 권을 챙겨 주셨다.
개념서 몇 권을 4일 만에 이해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학술대회 시절의 원고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다. 학술대회에서나 프로포절에서나 교수님들과 동료 선생님들에게 털리는 건 매한가지였만, 그래도 이번인 조금 더 그럴듯하게 써내어서 그런지 버틸 만했었다.
여차 저차 해서 세 번째 학기가 지나갔다.
7월 초, 나는 지도교수님의 연구실에서 논문 쓰는 법을 배웠다. 이제 막 졸업논문을 쓰기 시작한 햇병아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학위논문은 연구자가 개념서와 참고논문을 읽고, 그걸 정리하고, 어느 정도 정리되었으면 교수를 만나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쓰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