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놓고 다니다가 한 학기를 날릴 뻔 하다.

10. 임기응변으로 대처했던 교내 학술대회

by 빛새

나의 대학원 2년 차는 코로나19 때문에 매우 널럴해졌다. 편도 1시간 걸리는 대학교에 가지 않게 되니 몸이 가벼워졌는데, 작년까지 나름 준비하던 독일 유학도 포기하게 되었으니 매우 편하게 지냈다. 나는 3월 중순부터 약 두 달 동안 비대면이 주는 한가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여유는 과대 선생님이 보낸 한 통의 카톡이 부수어 버렸다.


"빛새 선생님, 올해 졸업하시려면 교내 학술대회를 준비하셔야 합니다."

"네...? 저,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는데요?"

"그거 준비 안 하시면 졸업 못 하시는데... 3일 후에 주제 내셔야 하니까 열심히 준비하셔야 합니다."

"네?"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말았다. 독일 유학과 대학원 포기 때문에 논문 쓸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논문 준비를 하라니? 대학원 과제 빼고는 논문을 많이 읽지도 않아서 어떻게 써야 할 지도 모르겠고, 처음 간 회식 빼고는 대학원 행사에 참여한 적도 없어서 학술대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냥 준비하라고..?


머릿속이 하얘진 나는 그 길로 지도교수님을 찾아갔다. 연구실에 도착한 나는 지도교수님께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았다.


"교수님, 3일 뒤에 학술대회가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빛새 군, 일단 어떤 주제를 연구하고 싶은지 얘기해 보세요."


사실 교수님은 나에게 1년 전부터 석사 논문 준비를 하라고 나를 볼 때마다 말씀해 주셨다. 그렇지만, 석사논문에 오롯이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말을 귓등으로 흘려보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는 1년 반 전에 대학원을 가겠다고 결심한 그 날처럼 내 머릿속에 있는 빈약한 연구 논문들을 총집합하여 나름대로 그럴듯한 연구주제를 만들었다. 석사생의 발표인데 학부생 수준 이하의 내용을 말하긴 했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고 있었다. 내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교수님은 이렇게 차분히 말씀하셨다.


"학술대회는 내가 발표하고 싶다는 연구주제를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다고 해서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정 안 되면 한 학기 더 하셔야죠."


그 말을 듣고 사흘 밤을 새워 가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다. 그렇지만 3일 만에 준비한 주제였기 때문에 나의 발표는 매우 허술할 수밖에 없었고, 교수님들과 동료 선생님들로부터 무자비한 지적을 받게 되었다. 그 때문에 학술대회 당일에는 멘탈이 와장창 나가버리긴 했지만, 뭐... 그걸로 졸업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주제로 논문을 쓰기에는 너무나 허술해서 새로운 연구주제를 찾아야 했다.




학술대회로 불태운 몸과 마음을 겨우 추스른 그 무렵, 과대 선생님이 보내신 또 하나의 카톡 메시지는 겨우 진정시킨 내 마음을 다시 벌렁대게 했다.


"빛새 선생님, 2주 뒤에 진행할 논문 프로포절은 잘 준비되어 가시나요?"

"네????"


졸업은 언제 할 수 있을까.




Cover : Photo by Gam-Ol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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