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 노래를 찾는 사람들 <사계>
우리의 일상은 이렇게 미싱 돌듯이 돌아가기 마련이다.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학생들은 학교에서,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각자의 일상을 누리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랩실이 없는 대학원생에게는 이런 체계가 익숙하지 않다. 내가 원하는 대로 공부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쓰는데 익숙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갑자기 체계를 잡는 건 어려웠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 하듯이, 대학원에 입학한 이상 졸업은 해야 했다. 그래서 좋든 싫든 간에 논문을 쓰긴 써야 했다. 7월 초부터 넉 달 동안 어떻게 논문을 작성했는지 돌아보았다.
일단 논문을 쓰려면 자료를 읽어야 한다.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 나는 단 2주 만에 석사논문 주제를 잡았기 때문에 주제에 대한 이해가 심히 부족했다. 그랬기 때문에 집, 카페 등 들러앉을 수 있는 데라면 어디서나 한글 원서, 영어 원서, 관련 논문과 참고자료들을 붙잡고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카페 한구석에서 마스크를 끼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면서, 퀭한 눈으로 자료를 붙잡고 있노라면 세상 페인이 다 된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렇게 안 하면 졸업을 못 한다는 강박감에 휩싸였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논문을 붙들었다.
앞 과정에서 논문 주제에 대해 이해했다면, 이제는 그걸 나의 언어로 바꾸어서 표현해야 한다. 논문 글쓰기는 일반 글쓰기와 같으면서 또 다르다. 논문은 일반 대중을 독자로 삼지 않지만, 이 또한 하나의 글이기 때문에 그 나름의 언어로 논리 정연하게 잘 표현해야 한다. 전문가를 위한 글이기 때문에 무조건 쉽게 쉽게 쓸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설명하고자 하는 개념을 논리 정연하게 펼쳐야 했기 때문이다. 쉽게 쓰기는 어렵지만, 세밀하게 써야 했기 때문에 많이 까다로웠다.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을 학계의 틀에 맞춰서 작성해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머리 싸매가면서 개념을 이해하고 써놓은 글을 교수님께 보여드리고, 피드백을 받으면 한 고비가 끝이 난다. 논문을 쓰는 동안, 나는 2주에 한 번씩 지도교수님과 석사논문 피드백 시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교수님께서는 내가 메일로 보내드린 석사논문 자료를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시거나, 수정해야 할 부분을 잡아주시거나, 논문에 어울릴 더 좋은 개념과 자료를 전달해주셨다. 하지만 격주에 한 번씩 교수님과 진득하게 대화하는 건 많이 두렵고 버거웠다. 잘할 때는 잘한다고 자료를 더 주시고, 못 할 때는 못한다고 자료를 더 주셨으니 말이다.
나는 이 세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한 편의 논문을 작성해 나갔다.
석사논문은 지난 2년 동안의 연구성과를 보여주는 결과물이 아니라, 박사 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자인지 확인받는 증명서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내 주제를 오롯이 가지고 가서 논문을 쓰는 경우는 드물었다. 나는 쳇바퀴 속에서 내 곁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논문을 작성했고, 지옥 같은 4개월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