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무침

첫 번째 끼니 - 2

by 빛새

나는 혼자 밥을 먹다 보니, 주로 밥, 주메뉴 하나, 국 하나로 이루어진 한상차림을 주로 차리게 된다. 밥, 메인 반찬, 국을 식사 시간 1시간 전부터 만들다 보니 밑반찬까지 만들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가끔 교회 집사님, 권사님들께서 갖다 주시는 것 빼고는 밑반찬을 거의 먹지 않았다. (그마저도 입맛에 안 맞으면 곧잘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갔지만.)


만들 시간도 부족하고 만들어놓아도 잘 먹지 않아서 밑반찬을 잘해 먹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야채를 챙겨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밑반찬을 가끔씩 만들어먹게 되었다. 고기반찬에 밥과 국으로, 라면 같은 인스턴트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면 배는 불렀지만, 그런 식생활을 1년 넘게 반복하고 있으니 많이 질렸다. 평소엔 이런 생각을 하던 사람이 아니었는데, 집밥이 물리면 이런 생각도 하게 되나 보다.


어떤 밑반찬을 만들면 더 만족하면서 밥을 먹을까?선택하기 어려울 때에는 가장 빨리 떠오르는 걸 고르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다. 그 순간 가장 먼저 생각났던 게 바로 이 시금치무침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지지리도 싫어하던 푸르딩딩한 풀때기였는데, 요 근래에는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친구가 되었다. 자취를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로부터 여러 반찬을 얻었는데, 다른 반찬은 다 남겼지만 시금치무침은 안 남기고 끝까지 비웠기 때문이었다. 좋아하는 반찬이 만들기도 쉬우니 어찌 안 할 수 없겠는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순간, 곧바로 시금치무침을 만들었다.


매일 비슷한 밥과 반찬이 물리다는 생각, 어렸을 때 싫어했던 시금치가 좋아지게 된 생각. 그런 생각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생각을 바꾸니 밥상이 더 풍족해졌다.


PBSE8394.jpg 첫 번째 끼니. 밥, 달걀국, 시금치무침, 그리고 돼지고기 목살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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