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산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면 부산 옆 김해에서 10년, 부산에서 20년을 거주한 속칭 '경상도 싸나이'다.(심지어 군 생활도 부산 인근에 있는 경남 진주에서 했다.) 나의 말투, 행동, 특성, 그리고 식습관까지, 내 모든 것에는 부산의 지역성이 묻어 나온다.
'부산의 음식'하면 어떤 게 생각나는가? 5m² 마다 가게가 있는 돼지국밥, 늘 먹을 거 같지만 사실은 자주 못 먹는 싱싱한 해산물, 남포에서 먹을 수 있는 씨앗호떡과 비빔당면 등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부산 로컬에게 물어보면 고춧가루로 맛을 낸 소고기뭇국을 떠올릴 것이다.
어릴 적 밥상에서, 학교 급식에서, 대학교 학식에서 나오는 영남권의 '소고기뭇국'은 표지의 사진처럼 빨갛고 진하다. 무와 파, 콩나물로 시원한 맛을 내고, 간장과 고춧가루, 간 마늘로 얼큰한 맛을 더한 국이다. 부드러운 양지 대신 뻑뻑한 사태를 넣으면 육개장으로 착각할 정도로 말이다. 경상도에 살았기 때문에 매콤하고 짭조름한 국만 먹었기 때문에, 나는 중고등학생 때까지 세상의 모든 소고기뭇국이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믿음은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 한 권을 보고 나서 손쉽게 깨져 버렸다.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청소년 빛새는 학기 말 자습시간을 보내기 위해 요리책 한 권을 빌렸다. 간단한 자취 요리법이 담겨 있는 책을 읽으며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소고기뭇국'과 '경상도식 소고기뭇국'이 따로 있었다. 앞의 거는 여러분이 잘 아는 심심하고 맑은 국이었고, 뒤의 거는 내가 잘 아는 칼칼하고 짭조름한 국이었다. 그 책을 다 읽고 나니 국자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얼얼했다.
나는 음식에도 지역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소고기뭇국은 매운 음식인 게 당연한 게 아니고, 모든 간짜장에는 달걀 프라이가 올라가지 않는 것처럼, 모든 음식은 각 지역의 생활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매일 먹는 식탁을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볼 수 있다면 더 넓은 식견(食見)을 가질 수 있었다.
더 넓게 보려면 매일 먹는 밥상에서 한 발짝 벗어나 보자.
여섯 번째 끼니 - 카레볶음밥, 경상도식 소고기뭇국, 달걀프라이, 무말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