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게 된 지 1년 반이 지났다. 부모님이 떠난 후에는 될 수 있으면 집밥을 만들어 먹기로 마음먹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생각은 점차 옅어져 버렸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지만, 밥을 만들고 치우는 일분일초가 아깝다고 생각이 드니 초심을 잃어버렸다. 건강하게 먹고 살기 위해 밥 만들기 프로젝트를 했고, 초기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어설픈 내 실력을 기르기보단 대기업 석박사님의 도움을 받으며 보냈다.
한참을 게으르게 보내다 보니 반찬이 똑 떨어졌고, 그 덕분에 자취 생활 중 처음으로 대형 마트 반찬 코너에 들렀다. 내가 할 수 있지만 귀찮아서 하지 않은 반찬, 내가 잘 안 먹지만 인기 있는 반찬, 내가 할 줄 몰라서 그동안 먹지 않았던 반찬 등 소박하지만 꼭 필요한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하나를 사면 3,900원이지만 4개를 구매하면 만 원에 파는 할인 행사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내가 집은 건 무말랭이뿐. 2,500원짜리 4봉지를 다 못 먹을 바에야 3,900원짜리 하나를 사 오는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장 먹고 싶었던 반찬 하나만 골랐다.
무말랭이는 우리 어머니도 잘 안해주시고 내가 해먹지도 않았던 반찬이었다. 한동안 먹지 않았던 음식이라 손길이 갔었다. 양이 적지만 저렴한 찬거리를 사들고 집에 도착했고, 밥상 사진을 찍은 후에 오랜만에 이걸 한 점 집어 먹었다.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마트 음식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서 그랬지만, 처음 맛볼 땐 생각보다 먹을 만했다. 달콤하고 짭짤한 반찬이라 밥이 술술 넘어갔다. 서니사이드 업을 비빈 카레볶음밥 위에 무말랭이 하나를 집어 먹으니 의외로 맛있었다. 하지만 몇 입 먹고 나니 확 질려버렸다.
금세 물려버린 마트 무말랭이를 보니 '조금 더 귀찮더라도 내가 직접 만들어 먹을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내가 만든 음식이라면 맛없어도 어느 정도 애정을 가졌을 텐데, 마트에서 사 먹은 음식이 실망스러우면 정이 금방 떨어져 버린다. 마트 반찬을 몇 입 먹고 나서 요리에 대한 열정이 다시 타오르게 될 줄이야. 상상하지도 못한 순간에 초심이 되살아났다.
부러진 마음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다시 붙는다.
여섯 번째 끼니 - 카레볶음밥, 경상도식 소고기뭇국, 달걀프라이, 무말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