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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바다, 다른 느낌

나만의 여행 사진 에세이 - 3. 22. 02. 강릉 정동진

by 빛새

작년 여름 이후 반년 만에 서울에 다시 놀러 왔다. 거의 모든 시간을 호텔에서 혼자 보냈던 지난번 여행과 달리, 이번에는 아주 오랜만에 친구들과 친척들을 만났다. 2박 3일 여정 중 마지막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싶어서 서울에서 정동진으로 가는 ktx를 예매하였다. 다른 이유는 없었고, 출발 한 주 전에 정동진에 가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PBSE6333.jpg 오늘의 목적지는 정동진입니다.


서울에서 정동진까지 가려면 서울역이나 청량리역에서 동해까지 가는 강릉선 ktx를 타면 된다. 예전에는 청량리역에서 여섯 시간 걸리는 태백선 무궁화호를 타야 했지만, 이젠 두 시간 만에 정동진에 도착할 수 있다. 1박 2일 동안 느긋하게 둘러봐야 하는 여행지가 당일치기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게 바뀌었으니 자연스레 눈길이 가게 되었다.


정동진역에 도착하기 10분 전, 열차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왼쪽 창가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차창 너머 펼쳐진 시원한 동해바다를 감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산에서 바닷가를 질리도록 봐서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철길을 달리며 보는 겨울 바다의 풍경은 새로웠다. 익숙한 소재라도 새로운 장소에서 보면 또 다른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


PBSE6331.jpg 철길 옆에 있는 바닷가는 흔치 않다.


두 시간의 여정을 거쳐 정동진역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려 정동진역 플랫폼에 발을 디디면 맑고 푸른 바다가 나를 맞아주었다. 동해 바다가 철길에 맞닿아 있는 모습에서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차갑지만 빛나는 정동진의 풍경을 다음 기차가 올 때까지 충분히 맛보았다.


PBSE6350.jpg 역에서 5분만 걸어가면 보이는 정동진해수욕장.



한 시간 후, 나는 정동진과의 뜨거웠던 만남을 뒤로하고 집으로 가는 기차에 탔다. 집으로 돌아가려면 여섯 시간 반이 남았지만, 아름다운 바다를 추억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다음에 또 오면 어떤 추억을 얻을 수 있을까.


이 글은 2022년 3월 Herd와 물마루가 함께했던 '나만의 여행 사진 에세이' 챌린지를 수행하며 작성한 여행기입니다. 당시에 만든 5편 중 2편은 <모두의 시간 속 당신의 시간>에 수록되었고, 나머지 3편은 출간 후 반 년이 지난 지금 이곳에서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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