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하면 어떤 이미지가 딱 떠오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많이 나올 대답은 아마 '바다가 가까운 해양 도시'일 것이다. 그래서 외지인의 눈으로 보면, 부산 사람들은 해수욕장에 자주 놀러 가면서 활어회와 해산물을 자주 먹을 것이라는 나름의 고정 관념을 쉽게 가지게 된다. 실제로 내가 부산 사람이라고 소개하면, '넌 바다 잘 볼 수 있어서 좋겠다.'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그럼 부산 사람들은 1년 동안 해운대해수욕장과 광안리해수욕장에 몇 번이나 갈까? 대체로 그 주변에 사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찾아갈 것이다. 전국에서 오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복잡하기도 하고, 두 해수욕장이 부산 동남쪽에 치우쳐져 있어서 같은 부산 내에서도 찾아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 사람들도 두 해수욕장에 갈 때는 기분 전환하러 가끔 방문한다.
여행 가이드나 책자에서는 해운대해수욕장과 광안리해수욕장이 서로 어느 정도 가까이 있기 때문에 묶어서 소개하긴 하지만, 실제로 찾아가 보면 조금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숙박시설과 놀 거리가 가득한 해운대해수욕장은 첨단을 달리는 차가운 미래 도시 같다면, 주택가와 인접한 산책로가 있는 광안리해수욕장은 조금은 정겨운 현대 도시 같다고 할 수 있다. 두 해수욕장이 주는 느낌을 부산 현지인의 시점으로 간결하게 표현해보겠다.
2021 해운대 빛축제 당시 해운대 해수욕장 세워진 소라고둥 모양 조형물. 뻔한 바다 모습 대신 색다른 사진
2호선을 타고 해운대 지하철역을 나오면, 회색 대리석으로 멋드러지게 장식된 구남로에 들어선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인 구남로를 따라 쭉 걷다 보면 넓고 화려한 해운대해수욕장을 마주한다. 바다를 잠깐 보다가 주변을 둘러보면, 해변을 따라 깔린 높고 멋진 빌딩숲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근처 호텔에 방을 잡아놓고 해운대 해변을 바라보면, 분위기에 취해 허세 섞인 스노비즘을 느낄 수 있다. 여름 밤에 해변가에 앉아 있으면 파도 소리와 버스킹 소리가 기분 좋게 뒤섞인다.
너도 알고, 나도 잘 아는 광안리해수욕장의 정면. 두 해수욕장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광안리를 더 좋아한다.
해운대에서 지하철을 타고 금련산역에서 내리면 넓고 한적한 주택가가 펼쳐져 있다. 해운대역과는 달리, '이 주변에 해수욕장이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평범한 일상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의구심을 걷고 발걸음을 조금만 내디디면, 조금 더 현실적인 해수욕장을 마주할 수 있다. 멋들어지게 잘 닦인 관광지와 일상을 느낄 수 있는 거주지가 섞여 있지만, 한쪽으로 몰리지 않고 잘 어우러져 있다. 이질적인 두 공간이 만드는 편안한 균형과 조화를 느낄 수 있다면, 광안리를 더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조금 낯선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해수욕장들을 부산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건 섣부르다. 하지만 부산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이채로운 이미지를 느끼고 싶다면 두 해수욕장에 발을 들여 보기를.
이 글은 2022년 3월 Herd와 물마루가 함께했던 '나만의 여행 사진 에세이' 챌린지를 수행하며 작성한 여행기입니다. 당시에 만든 5편 중 2편은 <모두의 시간 속 당신의 시간>에 수록되었고, 나머지 3편은 출간 후 반 년이 지난 지금 이곳에서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