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일, 난 아주 멋진 하루를 보냈다. 10주 동안 함께했던 친구들과 함께 전시하고 공연을 만들었다.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무대를 향한 열망을 마음껏 펼쳤다. 미국 청춘 드라마 <하이 스쿨 뮤지컬>의 'We're All in This Together'라는 노래에 춤을 추며 피날레를 장식하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공연이 끝나고 가진 뒤풀이 자리에서 동료들과 못다 한 이야기를 한 뒤, 다음 날 아침 11시에 집으로 돌아왔다.
커튼 콜을 장식했던 마지막 곡.
멤버들과 헤어지고 난 직후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집으로 돌아가니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모두의 격려를 받은 화려한 순간과 대비되는 공허함이 몰려오니 모든 게 허무했다. 더는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없을 거 같아서, 더는 이들과 함께 유의미한 만남을 가질 수 없을 거 같아서 우울했다. 정말 강렬했던 순간을 함께했던 사람들이고, 나를 온전히 받아준 감사한 이들이라 더 슬펐다.
난 왜 그날 이런 감정을 느꼈을까? 인간관계에 있어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던 사람이 왜 이렇게 무너졌을까? 많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아마도 그동안 미뤄둔 해묵은 외로움이 폭발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난 여러 이유로 사람이 싫어 혼자 지내길 좋아했다. 그래서 타인과 함께하는 소중함을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다. '함께하고 싶다.' , '같이 놀고 싶다.', '즐겁게 보내고 싶다.'라는 열망은 한 보따리씩 쌓여 있었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하면 다른 사람의 시간을 뺏는 거 같아서 마음 깊은 곳에 묻어 두었다.
간단한 수술을 받고 나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아무도 부르지 않았을 때, 가족들이 외국으로 다 떠나는 바람에 이모 혼자 석사 졸업식에 왔을 때, 부엌칼에 손가락을 베인 데도 동생에게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을 때, 10년간 여섯 번의 일본 여행을 혼자 다녔어도 재밌다고 생각했을 때 등, 난 외로움을 애써 외면하려고 발버둥을 쳤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혼자서 잘 지내야 하는 거야.', '성인이면 자기 앞가림도 알아서 해야지.'라는 메시지로 날 몰아붙였다. 30년 동안 이렇게 마음속 암실에서 쌓인 눈물이 펑 터져버리니, 주체할 수 없이 터져 버렸다.
난 외로움을 안 느끼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한 주 동안 실컷 울고 나니 조금 정신이 든다. 처음엔 그 상실감이 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내 마음의 아픈 구석을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조금 더 편해졌다. 언젠가 이들과 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도, 조금 더 빛나는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공허함에 빠지지 않고 더 힘차게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연극은 끝났다. 모든 것은 다 추억 속으로 넘어갔다. 현재를 과거로 보내기 싫어 약수처럼 무거운 눈물을 흘렸다. 우는 건 부끄러운 일인 줄 알았는데, 울고 나니 조금 더 후련해졌다. 앞으로의 삶은 또 알 수 없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려 노력했던 이번 1주일은 너무나 소중했다.
성장해서 다시 만난 루피 해적단처럼, 각자 열심히 살다 언젠가 더 좋은 모습으로 또 만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