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나는 새해 첫 끼니로 비빔밥 정식을 만들어 먹었다. 반찬을 얹기만 하면 되는 비빔밥, 늘 하던 된장찌개, 데우기만 하면 끝나는 산적은 비교적 쉽게 준비했다. 끼얹고, 끓이고, 돌려서 근사한 식탁을 차렸다.
모든 게 다 계획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두 달만에 요리하는 바람에, 자그마한 문제가 생겼다. 비빔밥에 올릴 시금치 무침을 너무 짜게 만들었고, 그 때문에 호박 무침을 만들 때 딜레마에 빠졌다.
'담백하게 만들어서 비빔밥의 맛을 살릴 것인가?
짭짤하게 만들어서 반찬으로 먹을 것인가?'
짧은 고민 끝에 난 비빔밥의 고명으로 어울리는 밋밋한 호박 무침을 만들었고, 그때 만든 무침은 그날 이후 지금까지 한 입도 먹지 않았다. 이 친구는 비빔밥에 어울리는 훌륭한 조연이었지만, 밥반찬으로 먹기엔 맛이 없었다.
사실 짭조름한 두 반찬으로 맛있는 비빔밥을 만들 수 있었다. 시금치 무침을 덜 넣거나, 밥을 많이 넣거나, 달걀 프라이를 2개 얹어서 먹으면 되었다. 하지만 '비빔밥을 맛있게 만들어야 해.'라는 생각에 빠진 나머지, 반찬으로 먹어야 할 호박 무침을 맨송맨송하게 만드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비빔밥의 고명에 집중하다 반찬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나의 호박 무침처럼, 남의 눈치를 과도히 보고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기만 하면 자신의 색을 잃어버린다. 때와 장소에 따라서 리더와 서포터가 달라지듯이, 내가 앞에 나서야 할 그 순간을 위해서 나의 실력과 특색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공기처럼 맞춰주다간, 연기처럼 사라진다.
여덟 번째 끼니 - 비빔밥, 된장찌개, 호박 무침, 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