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여덟 번째 끼니 - 1

by 빛새

시간은 가지만 나이는 먹지 않는 기묘한 새해가 시작되었다. 폭풍처럼 몰아쳤던 12월을 보내고, 고요하고 평온한 1월이 찾아왔다. 차분하게 보내는 1월 첫 월요일, 나는 여느 때처럼 집밥을 만들어 먹었다.


2023년의 새해 첫 집밥, 나는 거기에 특별한 의미를 담고 싶었다. 여러 메뉴를 두고 고민하다가, 쉽고 편하게 준비할 수 있는 비빔밥을 선택했다. 갓 지은 밥 위에 어머니께서 해 주신 봄동 겉절이, 직접 한 호박 볶음과 시금치 무침을 얹고, 달걀프라이와 볶음고추장, 참기름을 얹어서 맛있게 비볐다. 어떻게 만들어도 맛있는 나물 비빔밥이었지만, 직접 만든 반찬들을 넣으니 더 만족스러웠다.


맛있는 음식은 차고 넘쳤지만, 난 왜 정월 초하루에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을까? 최근 외식을 너무 많이 해서 한식을 만들어 먹고 싶었던 것도 있었지만, 밥 위에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비빔밥의 고명을 보고 작년 한 해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평생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왔다. 사람이 무서워서, 도전하기 두려워서, 실패하기 싫어서, 무너지지 않을 나만의 성을 만들고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대로 살다가는 말라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년 초부터 큰 용기를 내어 한 걸음씩 성문 밖으로 나갔다. 성 밖에서 쌓아 올린 많은 경험은 귀중한 양식이 되어 내 마음을 채웠고, 그 과정이 밥 위에 고명과 양념을 올려 비빔밥을 만드는 것에 오버랩되었다.


올해 새해 소망은 '작년에 쌓은 많은 경험을 허투루 보내지 말자.'이다.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작년 연말에 나만의 계획과 다짐을 세웠다. 이미 시작한 계획도 있고 아직 손도 못 댄 다짐도 많지만, 소중한 교훈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달걀노른자를 터뜨려 비빔밥을 비벼 먹으면 맛이 있듯이, 그간 쌓아 올린 노력이 톡 터지는 순간이 올해 안에 찾아왔으면 좋겠다.


그간 쌓은 경험이 어우러지는 한 해가 되기를.


PBSE1020.jpg 여덟 번째 끼니 - 비빔밥, 된장찌개, 호박볶음, 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