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수프

일곱 번째 끼니 - 3

by 빛새

돈은 없고 재료는 없지만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나는 다용도실 안 실온 저장소에서 양파를 몇 개 가져온다. 찬장에 있는 식용유와 소금을 옆에 두면 요리 준비 끝. 그럼 돈 대신 시간을 빚어 양파 수프를 만들자.


1. 껍질째 싸여 있는 양파를 손질하고, 잘게 썰어 냄비에 담아둔다.

잘게 썰면 잘게 썰수록 캐러멜라이징 시간이 줄어들지만, 양파를 손질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을 쓰면 그건 또 그거대로 난감하니 알아서 잘 자르자. 그리고 양파를 손질할 때는 양파 수염을 늦게 자르면 눈이 덜 맵다.


2. 냄비에 담아 둔 양파에 집에 있는 식용유나 버터를 넣은 후, 가스레인지에 불을 올려 캐러멜라이징한다.

버터를 넣으면 풍미가 올라가지만, 식용유만 있어도 만드는 데에는 크게 무리가 없다. 굳이 비싼 돈 들여 버터를 살 필요가 없다. 만약 염분이 있는 가염버터를 사용했다면, 소금간을 줄이면 되니 걱정하지 말자.


3. 짙은 갈색이 보일 정도로 양파를 녹였으면, 적정량의 물과 소금을 넣어 농도와 간을 맞춘다.

수프가 뻑뻑하지 않을 정도의 물을 넣고, 입에 짜지 않을 정도로 간을 맞추면 된다. 가장 좋은 건 치킨 스톡을 넣어 소금간과 감칠맛을 함께 맞추는 거지만, 가난한 자취생에겐 그런 게 있을 리 없으니 소금으로 간을 하자. 불을 줄이고 후추 톡톡 뿌려서 톡 쏘는 맛을 넣는 것도 좋다.


4. 집에 피자치즈도 있다면, 양파 수프 위에 얹어서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면 꿀맛.

피자치즈도 살 수 있는 부지런하고 부유한 자취생이라면 꼭 해보길 바란다. 거기에다 식빵 한 쪽을 구워 먹으면 방구석에서 프랑스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양파 수프 만드는 과정을 짧게 추려 놓아서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이건 품을 들여야 만들 수 있다. 손을 베지 않게 조심하면서 양파를 썰어야 하고, 양파를 녹일 때엔 냄비에 눌어붙지 않도록 한 시간 넘게 잘 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돈도 없고, 재료도 빈약하다면, 시간과 정성이라도 들여야 맛이 나지 않겠는가. 어찌 되었건 오늘 하루도 한 끼를 해결했다.


양파 수프, 저렴한 재료로 만들지만 정성이 담긴 맛.


일곱 번째 끼니 - 부챗살 스테이크, 양파 수프, 라자냐, 뱅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