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끼니 - 1
어린 시절, 나의 어머니께서는 쌀떡으로 떡볶이를 만드셨다. 묽은 소스에 단단한 떡, 부드러운 어묵을 한데 끓여 나온 이 요리는, 심심하지만 개성 넘치는 맛이었다. 길거리에서 파는 쌀떡 떡볶이도 맛이 좀 더 강했을 뿐, 어머니의 떡볶이와 비슷했다. 쌀떡 떡볶이는 떡볶이 소스에 버무려져 있을 뿐, 떡은 떡이고 어묵은 어묵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팀플레이가 아니라 개인플레이가 돋보이는 올스타 스포츠단을 보는 거 같았다.
요즘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밀떡 떡볶이를 주문한다. 진한 소스가 스며든 떡, 텁텁한 어묵 대신 씹히는 맛이 일품인 소시지는 쌀떡 떡볶이와 다른 느낌을 준다. 재료 고유의 질감과 식감이 느껴지는 쌀떡 떡볶이와 달리, 밀떡 떡볶이는 한입 딱 베어 물면 '나 떡볶이야!'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떡볶이 소스가 모든 재료를 압도하기 때문일까, 하나의 맛을 내는데 집중하는 팀플레이가 느껴졌다. 떡 하나만 바뀌었는데,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음식이 되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쌀떡 떡볶이를 더 많이 먹었다. 지금은 밀떡 떡볶이를 더 자주 고른다. 떡볶이 프랜차이즈가 생기고 배달 어플이 널리 보급되면서 배달 떡볶이와 즉석 떡볶이 시장이 점차 커지게 되었고, 떡볶이 가게는 더 빨리 조리할 수 있는 밀떡으로 떡볶이를 만들게 되었다. 떡볶이가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에서 배달해서 먹는 음식으로 바뀌면서, 떡볶이 떡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도 자연히 바뀌지 않았을까. (인스타 친구들이 밀떡 떡볶이를 더 좋아한다고 답했던 건 아마 이런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번 밥상을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떡볶이를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은 밀떡으로 된 배달 떡볶이를 시켜 먹지만, 옛날 옛적 먹었던 그 맛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서 오랜만에 쌀떡 떡볶이를 해 먹었다. 추억의 맛을 기대하고 한 입 딱 베어 물었지만, 예전의 그 맛이 나지 않아 슬펐다. 강산이 한 번 바뀐 사이에 나도 모르게 입맛이 바뀌었다.
잘 팔리는 데엔 이유가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