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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새 Oct 20. 2023

스크램블 에그

열여섯 번째 끼니 - 1

볼에 달걀을 풀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데우고, 달걀물을 팬 위에 올리고, 휘적 휘적 휘적 탁. 3분 만에 스크램블 에그 완성. 달걀프라이보다 손이 조금 더 가지만, 부담 없이 완성할 수 있는 한 끼 식사를 만들었다. 달걀프라이와 똑같은 재료지만, 이리저리 휘젓다 보니 전혀 다른 모양이 나온다.


팬 위에 그대로 얹어있는 달걀프라이와 팬 위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스크램블 에그를 보면 우리네 인생처럼 느껴진다.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며 원형을 완성하는 서니 사이드 업과 달걀프라이 같이 살고 있는 사람도 있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스크램블 에그처럼 사는 인생도 있다. 그 자리를 끝까지 버텨 아름다운 서니 사이드 업이 되거나, 한번 뒤집혀서 일반적인 달걀 프라이가 되거나, 서니 사이드 업을 만들다가 노른자가 터져 버려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기도 한다.


서니 사이드 업, 달걀 프라이, 스크램블 에그 모두 달걀이다. 난황과 난백에 약간의 소금이 들어간 같은 달걀 요리다. 서니 사이드 업은 반듯한 모양이지만, 맛이 비릿해 호불호가 갈린다. 달걀 프라이는 모양은 못생겼지만 가장 안정적인 맛이다. 스크램블 에그는 요리할 때 가장 신경을 덜 써도 되지만 가루처럼 흩날리는 바람에 가장 먹기 귀찮다. 다 같은 달걀이지만 서로 다른 모양이 나타난다.


세 요리 모두 다 같은 달걀이듯이, 우리의 인생 또한 각기 다르게 진행된다. 탄탄대로를 걷다가 뒤집어지는 김씨, 고난과 역경을 버티다 끝내 이기는 이씨,  힘들고 배고프지만 자유롭게 살면서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최씨, 평범하고 소소하게 살면서 미래를 그리는 박씨처럼 말이다. 누구보다 불투명한 오늘을 사는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삶을 마무리하게 될까? 기대와 걱정을 가득 안고 또 하루를 살아간다.


잘 나가는 남들이 부럽지만, 내 인생도 인생이다.



열여섯 번째 끼니 - 프렌치 토스트, 시리얼, 베이컨, 스크램블 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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