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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새 Oct 27. 2023

시리얼

열여섯 번째 끼니 - 2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나는 국내외의 신기한 실태를 보여주던 KBS VJ특공대를 시청했다. 거기에서 일본의 미니멀리즘 삶을 조명하면서 200ml도 안 되는 맥주를 보여주었다. 지금이야 1인 가구가 늘어나니 극단적으로 잘게 나누더라도 그만한 수요가 있다고 이해했겠지만, 어릴 적에는 '일본 사람들은 위가 작나?'라며 단순하게 생각했다.

혼자 자취를 하다 보니 잘게 나눈 식재료와 먹거리가 절실히 필요하단 걸 깨달았다. 1.5kg짜리 무 한 개와 200g짜리 무 한 덩이가 똑같은 가격이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200g짜리 무를 골랐다. 대가족이라면 큰 단위 물건이 편하고 좋지만, 핵가족과 1인 가구엔 작은 단위 물건이 더 좋을 때가 있다.

소규모 가구가 증가하는 이런 현실에 힘입어 무, 마늘, 양파, 파, 과자, 우유, 음료수 등 많은 식자재가 소규모로도 판매한다. 하지만 유독 시리얼만큼은 1회분, 1인분 분량으로 판매하는 걸 찾기 어려웠다. 내가 평소에 시리얼을 잘 안 먹기도 하지만, 우리 집에서 사 온 시리얼은 대체로 300g, 600g, 혹은 1kg 정도였었다. 5~6명이 함께 먹을  땐 좋지만, 혼자서라면 그만한 시리얼을 먹는 데 한세월이 걸린다.

이번 주제, 아메리칸 브렉퍼스트를 준비하기 위해 시리얼을 사야 했다. 평소처럼 500~600g짜리 시리얼을 구매하면 언제 다 먹어야 하나 고민했었다. 작은 분량의 시리얼이 있길 바라면서 마트에 딱 갔는데, 1회 분량의 시리얼 컵이 딱 있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것 같이 정말 반가웠다. 작은 친구 덕분에 오늘도 무사히 한 끼를 차릴 수 있었다.

입도 줄고, 배도 줄고, 식비도 줄고…!


열여섯 번째 끼니 - 베이컨, 시리얼, 프렌치 토스트, 스크램블 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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