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묻따 그냥 하다보면 나는 어느새 성장해 있다
연느님의 유명한 어록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거지"가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이 회자가 되는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공감이 아닐까 싶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해야만 하는 그 시기는 운동 뿐만 아니라 학업이나 직장생활에도 적용이 되는 것 같다.
어느 클래식 음악 유튜버의 영상을 보면, 어떻게 입시에 성공했느냐는 질문에 수험생 시절 정말 연습만큼은 꾸준히 했는데 아무생각 없이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열심히 활질만했다는 답변을 한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기보다는, 그건 학습한 것들이 체화되도록 끊임없이 수련했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운동선수의 경우 보통 컨디션이 좋을 때 잘하는 선수 보다는, 컨디션을 타지 않고 꾸준한 기록을 내는 선수를 좋은 선수라고 한다. 이러한 선수들의 기량은 물론 타고난 역량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어떤 환경에서도 꾸준히 훈련하고 연습하면서 쌓아온 실력과 경험을 기반으로 발휘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여서, 너무나 당연히 좋은 날도 있고 힘든 날도 있고, 힘든 시기를 기복없이 성과를 내는 것이 직장인의 역량을 평가하는 척도 중 하나가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내가 Motivation이 떨어졌을 때도, 팀원이 갑자기 부재인 상황에서도, 대내외적 이슈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에도, 물론 어느 정도의 부침은 있겠지만 꾸준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 이런 사회적 근육을 키우는 것이 롱런해야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실력이고, 능력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회적 근육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운동이나 악기를 다루듯 연습을 할 수도 없고, 특정 기술을 연마하듯 동일한 활동을 반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생활, 조직생활에서 각자의 사회적 근육을 만들어가겠지만, 나의 경우는 지난한 한 시기를 버티듯 보내며 이 근육을 키웠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더이상 성장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무슨 밸류 애들르 하는지 모르곘다'하는 업무들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만 같았던 시간이 있었다. 하고 싶은 업무는 주어지지 않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그렇지만 자잘자잘한 복잡한 이슈는 끊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업무들을 소위 '쳐내듯' 일하면서 '시간이 아깝다', '소모적이다'라는 생각이 팽배했었다.
이 때 어쩌다보니 나에게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딱히 이직을 할만큼 좋은 직장이 보인다거나, 포지션이 보이지 않아서), 그냥 복지부동 하듯 맡은 일들을 묵묵히 수행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긴 터널 같은 시간이 지나서보니 나에게는 일종의 맷집이 생겼다.
크고 작은 문제들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해소하는 스킬이 생겼고, 그 전이라면 큰 압박을 받았을법한 문제나 갈등에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하게 되었고, 대세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과 아닌 것들을 구분지어가며 우선순위에 따라 업무를 해가고, 상황을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깨달음은, 이또한 어떻게든 지나가리라는 믿음, 어떻게든 하면 되고 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의지 그리고 이런걸로 나는 쓰러지지 않는다는 근거없는 자신감 같은게 생겼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긴 크고작은 능력과 자신감은 더 좋은 업무 기회로 이어지고, 그 업무기회는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가져오기도 했다.
누군가 젊은 시절 꼭 해봐야하는건 내가 노력을 통해 무엇가를 해내었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큰 성취감이 아니더라도, 나의 노력이 좋은 결과로 되돌아온다는 성취감이야말로, 그 사람이 더 큰 목표를 갖고, 노력하고 또다른 성취를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한다는 것이다.
힘든 시간을 버티고 지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도 잘 버티고나면, 쉽지는 않았지만 포기할 만한 일도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힘으로 또 포기하지 않고 그냥 나아가는 것이다.
좀처럼 나의 일상이, 업무가 나아지지 않고, 어떤 틀 안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한채 머무르는 것만 같을 때, 이 시기만 어떻게든 버티면 쥐구멍에도 볕들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나아가다보면 그 끝날 것 같지 않은 터널의 끝에 다다르게 된다. 그리고 다시 그 시간이 온다고해도 (이미 해봤으니까) 또 버틸 수 있을거라고 스스로 다독여가면서 또 가볼 수 있다.
다양한 또는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동료나 선배들이 상대적으로 더 의연하게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는 것도 비슷한 연유일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한뼘 더 성장하고, 스스로에 대한 더 큰 믿음과 힘을 갖고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