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마무리와 시작을 준비하는 계절
어느덧 11월이다.
백화점이나 스타벅스 등은 이미 크리스마스 데코와 굿즈를 선보이기 시작했고,
회사에서는 사업계획으로 많은 이들이 분주한 시즌이며,
개인은 한해를 잘 마무리 하고자 하는 시기이다.
대한민국 수많은 월급쟁이 & 직딩이 중 한명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이 시기를 보내야 할 것인가.
사실 나 개인을 챙기기에 앞서, 사업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쌓여있는 업무를 쳐내는 것 만으로도 급급한 시기이긴 하지만,
직장인으로서 의식적으로, 또 의도적으로 한해를 돌이켜보고 내년도를 슬슬 준비하기에 이때보다 좋은 때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 내가 잘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 평가 제도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또한 한때는 평가제도를 그냥 해야하는 수많은 행정 업무 정도로만 인식하고, 이게 어떤 의미와 용도를 갖고 있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고과라는게 평가 시스템에 근거해 공평하게 나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더 정확히는 의지와 상관없이 떨어지는, 빛나기 어려운 쓰레기 업무를 맡아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나는 열심히 작성한 셀프 평가서를 고과자가 제대로 읽고, 내 업무를 이해할 가능성도 기대도 너무 낮았고,
결국 승진 차례가 된 사람 순으로, 내지 돌려막기 순으로 고과를 받는다는 생각이 나 또한 강했고 현실도 어느 정도는 그러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연초 목표를 설정할 때도, 그에 대한 개인 평가서를 작성할 때도 단어 몇가지만 고칠 뿐 복사+붙여넣기를 반복한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가 평가에 매우 공을 들이는 조직으로 이직을 한 후,
몇번의 평가 과정을 거치면서 이 지난한 과정을 어떻게 나의 발전에 잘 이용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깨우치게 되었다.
목표 정하기
'목표 수립'이라고 하면 주저리주저리 쓸 내용이 많기는 하지만, 결국 중요한건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즉,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나의 경우, 수많은 to-do list의 나열은 나의 집중력을 흩트러 놓고 오히려 혼란스럽게 하기 때문에 나는 방향성, 또는 컨셉에 집중하는 편이다. 그리고 수많은 해야할 일들(프로젝트 등)은 그 방향성을 뒷받침하는지 기준으로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본다. 이 리스트는 시간이 가면서 바뀔 수도 있고 줄어들수도, 늘어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방향성에 맞게 나는 활동을 했고, 결과를 냈느냐..이다.
그래서 나는 한 사이클이 지나면(월, 분기, 반기 등등 그건 조직마다 다를 것이다) 브리프하게나마 다음 사이클엔 뭘 해야하지?에 대한 답을 2-3가지로 정리하려고 한다.
이 목표는 어느날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날 수 없고, 지난 활동을 기반으로 도출되는 목표들이다.
목표는 크게 세가지로 나뉠 수 있다:
- 업무: 업무적으로 어떤 성과가 있었고 어떤 아쉬움이 있었나. 그 아쉬운 점을 보완하거나, 잘한 영역을 더 발전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 조직(직책자): 조직의 역량, 문화, 운영에서 좋았던 점과 부족한 점은 무엇이었나
- 개인: 개인의 역량 관점에서 Good or Bad는 무엇이었나
누군가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고, 스스로 목표점을 잃지 않기 위한 지표 같은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일 필요도, 아름다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내가 기억하기 쉽고 알아볼 수 있는 단어 몇개도 된다.
OKR (Objective and Key Results)
방향성이 정해지면, (한 때 유행한) OKR 정리가 가능해진다.
각 목표에 따라 내가 해야할 To-do는 무엇이며, 그 To-do가 잘 수행되면 어떤 기대효과를 가질 수 있는가.
파워J라면 디테일하게 대/중/소 목표와 기대 결과치, 수행을 위한 일련의 프로세스 내지 계획을 세우겠지만.. 나는 J/P형 인간이므로 간단하게 내가 하고 싶은 or 수행해야하는 프로젝트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를 간단하게 정리한다.
(Tip: 정리가 잘 안된다 싶으면, 육하원칙에 따라 시기와 같이 업무해야하는 팀/사람들 등을 적어보면 빠르게 정리가 된다)
Mid-cycle Check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어려운데, 중간에 한번씩 체크를 해주는게 중요하다.
사실 일을 하다보면, 멋진 계획이든 엉성한 계획이든 계획대로 가는 일이 거의 없다.
늘 내가 생각치 못한 수많은 일들이 중간에 끼어들고, 어느 순간 보면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를 외치는 일이 허다하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때때로 나만의 엑셀 파일을 열어 그 사이클에 내가 뭘 하고자 했었는지를 본다. (이 시기를 놓칠 것 같다 싶으면, 미리 캘린더에 알람 설정을 해둔다)
안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왜 안되었는지 보고, 내가 놓친 영역이라면 다시 챙길 수 있는 상황인지 보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시작이라도 해보려고 한다. (물론 잘 안되지만, 그 중 하나라도 건지면 성공인 것이다)
조정이 필요한 것들도 많다.
보다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검토하고, 자의적/타의적으로 드롭이 필요한 것들은 드롭하고, 좀 더 열심히 해야하는 것들을 확인한다.
중요한 것은 리스트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내 커리어를 우상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평가
어느 조직이나 평가 시즌이 되면, 스스로를 평가하는 기술서를 작성한다.
이 때 나는 어떻게 성장을 했는지, 조직은 어떻게 성장 했는지, 그리고 업무는 어떻게 발전했는지 스스로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확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나는 무엇을 잘 했고, 어떤 역량을 키웠으며, 이를 어떻게 유지 발전 시킬 수 있는지,
또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부족한 역량과 영역은 무엇이었으며. 이 부분을 어떻게 다음 사이클에 더 개선시킬 수 있을지 도출해낼 수 있다.
그리고 이 개선 영역이 그 다음 사이클의 목표가 되는 것이다.
요즘 많은 기업에서 진행하는 다면 평가 역시 큰 도움이 된다. 가깝게 일했던 선/후배, 동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 내가 생각한 나에 대판 평가와 타인의 평가를 결합시키면서, 보다 객관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내가 생각한 나의 큰 성과와 강점을 타인이 모른다면 좀 더 어필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내가 모르는 강점과 성과를 타인이 알아준다면, 그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지 생각해볼 수 있고,
내가 놓친 나의 발전이 필요한 부분을 확인하게 된다면, 이 또한 발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조직원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한 타인의 평가는 필수불가결하게 늘 따라다니는 존재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 피할 수 없으면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것이 그나마 나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개인별로 스스로를 평가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어차피 해야하는 평가의 과정, 어차피 받아야 하는 고과라면, 이 시기와 이 과정을 나의 커리어와 인생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잘 활용하는게 win-win이 아니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