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게으른 편이다. 쉽게 지치는 체력이라 늘 누워서 쉬고 싶은 마음이다. 안타깝게도 남편도 똑같다. 아기 없이 지내던 7년의 시간 동안 청소는 조금 뒤로 하고, 둘이 누워서 쉬며 게으른 서로를 위로해주던 대책 없는 사람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부모님은 두 분 다 결벽증이 의심될 정도의 사람들이다. 집이 항상 매우 깨끗했다. 먼지 한 톨 떨어지는 것 없이 늘 반들반들하고, 모든 것이 자기 자리에 정돈되어 있던 우리 집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를 싫어하는 내가 신기하다. 저질 체력과 결벽증에 대한 반발감이 청소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인 감정을 낳았다고 변명해본다.
육아를 시작하니 청소가 더 싫어졌다. 아기에게 이동 능력과 어지름 능력이 생기니 아무리 치워도 30분 만에 집이 초토화되었다. 정말 치운 보람이 하나도 없을 정도이다. 왜 나는 아무 소용 없는 일을 반복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며칠 동안 치우지도 않고 그대로 아기가 어지른 모습을 방치한 적도 있다.
오늘 친구와 대화를 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아기방은 그날 밤 정리해서 다음 날 아침에 아기가 정리된 모습을 보도록 하고 있어. 비록 순식간에 엉망이 되긴 하지만, 원래 모습은 이런 거라는 걸 보여주고 싶거든."
누군가 내 뒷통수를 때린 것마냥 머리가 얼얼했다. 청소의 의미에 대해 새롭게 정의를 내려주는 귀한 통찰의 말이었다.
친구의 말은 매일 열심히 청소하라는 말은 아니었다. 친구는 이 말을 하기에 앞서 자신의 공간인 주방은 안 치우고 잘 때도 많다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때 빼고 광내라는 의미가 아니라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모습을 자꾸만 아기 마음에 담아줄 필요가 있다는 이 말이 조금은 편안하고 다정하게 들렸다.
그 말을 듣고 오늘 아기 놀이방인 거실을 치워보니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친구의 말을 듣기 전의 10분은 어차피 엉망이 될 곳을 청소하는 의미 없는 시간이었다. 단 10분도 쓰기 싫었던 거다. 친구의 말을 들은 뒤로는 그 10분이 아기에게 방의 원래 모습을 가르쳐주는 시간이었다.
내 아이가 청소를 좋아하게 될지 싫어하게 될지는 모른다. 다만 원래 방의 모습이 이런 거다 자꾸만 보여주는 일은 필요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강요하지 않고, 가볍게 올바른 것에 노출되게 하는 일. 친구의 다정한 성격과 비슷해서 왠지 더 따라하고 싶고, 아기에게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도 좋다.
모든 육아를 이런 마음으로 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강요 하지 않고, 그저 '감'을 갖도록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는 것. 가볍고 약하지만, 절대 약하지만은 아닌 가르침.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강요하지 않는 마음이 느껴지는 친구의 육아가 좋다. 내 주변에 좋은 육아를 가르쳐줄 스승이 많은 것 같아 감사하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이렇게 친구들의 지혜를 통해 조금씩 더 나은 엄마로 성장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