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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May 30. 2019

당신은 위로입니다

아기를 낳기 전 주기적으로 만나며, 삶과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가 있다. 경청을 잘하는 친구와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덧 내 마음속 깊은 곳의 이야기까지 꺼내어 하게 되곤 한다.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참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눠갔다. 가치관, 종교, 책 읽는 취미까지 비슷한 친구라 이야기의 주제는 늘 무궁무진했다. 친구와 만나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삶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아기 낳기 직전까지도 만났던 친구와 아기를 낳은 이후로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가끔씩 친구가 집으로 놀러 와서 아기를 안은 채로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 밖에서 만나려면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일단 아기로 인해 내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 약속 잡기가 쉽지 않았다.


일 년 사이 아기는 쑥쑥 자랐고, 이제는 꽤 의젓해져서 엄마 없이 아빠와도 곧잘 놀게 되었다. 오늘 처음으로 친구와 바깥 카페에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는 내게 감격스럽다 말해주었다. 친구의 그 한 마디가 내게는 참 울림이 컸고, 사실 내가 더 감격스러웠다. 그토록 기다리던 내 삶의 즐거움이 다시금 회복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기 전으로 돌아간 듯 아이 이야기가 아닌 오로지 내 자신으로서의 삶,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육아가 내 자신의 삶을 압도하지 않도록 치열하게 버티고 있는 나의 이야기와 앞으로 내가 꿈꾸고 있는 삶, 좋은 책과 책에서 보았던 좋은 구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말 내가 예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아기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에 목말랐나 보다. 아기 엄마가 아닌 아가씨 친구를 만나고, 그 친구의 삶 이야기를 들으니 나 또한 내 자신으로서의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신명이 났고, 육아로 인해 소실되지 않은 채 여전히 팔딱팔딱 살아 숨 쉬는 내 본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친구가 내게 슬며시 책을 건넸다. 내가 좋아하는 은유 작가의 책을 친구에게 빌려줬는데, 친구가 은유 작가의 북 토크에 가서 내 책에 싸인을 받아준 것이다. 슬픔이 슬픔을 구원한다. 은유 작가다운 말이었다. 슬플 때는 충분히 슬퍼하고, 사랑할 때는 충분히 사랑하고, 힘들 때는 충분히 힘들어하며, 그렇게 본연의 모습에 충실한 내가 되어야 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친구를 만나고 집에 돌아와 책을 읽는데,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스캇 펙은 그의 책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사랑은 자기 자신이나 또는 타인의 정신적인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이며 행위로 표현되는 만큼만이 사랑이다. 사랑은 의지에 따른 행동이며, 의도와 행동이 결합된 결과이다."라고 사랑의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를 다시 말하자면 진정한 사랑은 능력 부여 사랑으로써 상대방을 성장시키고 발전시킨다는 뜻입니다.


- 이기복의 성경적 부모교실 중에서




친구의 사랑은 나를 성장시키고 발전시켜주었던 사랑이다. 서로 바빠 자주 볼 순 없어도 친구와 마주할 때면 그 배려와 사려 깊음에 감명받았고, 새로운 자극을 받아 스스로 노력하여 변화되고는 하였다. 친구 또한 나의 이야기가 늘 자극이 많이 된다고 말해주고는 했다. 서로를 발전시키는 사이. 참 고마운 사이이다.


인간관계로 인해 피로하고, 상처 받을 때도 많지만,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위로하신다.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그저 그 사람의 존재가 더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오늘 받은 좋은 영향을 손에 꼭 쥐고, 친구와 다시 만날 때까지 노력하여 또 한 단계 성장하고 싶다. 마침 친구네 집 앞에 카페가 생겼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조금 더 자란 내가 친구의 짚 앞 카페로 놀러 가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런 소소한 꿈으로 다시금 내 일상은 생기를 얻는다.


오늘 친구와 나눴던 리베카 솔닛의 책 한 구절이 떠오른다. 읽기, 쓰기, 연대.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것들이다. 열심히 읽고, 삶을 써나가며, 서로 연대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 삶을 친구와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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