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기간이 반년밖에 남지 않았다. 아기를 낳고 키우느라 정신 없이 흘러갔던 지난 시간을 생각하니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다. 오늘 오랜만에 같은 직장에 다니는 친구를 만나 시간을 보냈다. 그 친구에게 직장의 최근 소식을 듣는데, 마음이 점점 복잡해졌다. 이제 반년이 지나면 나는 또 다시 광야로 나가야 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 갈 틈을 계산해야 할 정도로 바삐 돌아가는 업무 속으로, 복잡한 인간관계 속으로 다시금 들어가야 한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막 벅차 올랐다.
아이가 주는 행복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아이를 온전히 돌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부족한 체력과 시간 속에서 늘 허덕이며 하루 하루를 지냈다. 힘겹다 생각했던 그 시간. 그 시간이 참 마음만은 고요하고 편안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아이는 내게 작지만 큰 피난처였다. 모든 인간관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 기한이 있는 업무들로부터의 자유를 느끼게 해주었다.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무엇을 해야한다는 의무조차 없이 유유자적 살아가는 아이의 삶. 그 삶을 함께 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졌었다. 아이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고요하였고, 평안했다. 별 것도 아닌 일에 깔깔대고 웃는 녀석이 어이가 없어서 같이 웃다보면 내가 지금 했던 고민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잊어버리곤 했다. 아이가 내게 이렇게 든든하고 큰 피난처였다니. 아이에게 너무나 고맙다.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 동안 잠시 미래로 날아갔다가 집으로 돌아와 잠든 아이를 꼭 안으며 현실로 돌아온다. 아직 내 현실은 달콤하다.
이 작은 몸이 버텨주었던 내 삶의 무게. 그 굴레를 잠시 벗겨준 이 작은 거인에게 나는 참 고맙다. 그 은혜 하나만으로도 나는 평생 아기에게 감사해하며 살아야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웃을 때마다 온세상을 환하게 만들어주던 내 작은 거인. 마음에 켜켜히 쌓인 행복의 기억들이 참 고맙다. 행복의 빚이 참 많다.
내 앞에 다가올 앞날이 조금은 두려워지는 오늘이었지만, 내가 온몸과 마음으로 지켜내야 할 존재가 있다는 건 내게 앞날을 헤쳐나갈 용기를 준다. 이 아이 또한 언젠가 삶의 무게 앞에 나처럼 한 없이 두려워할 때가 있겠지. 그날에는 내가 아이의 용기가 되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