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빗소리 Jul 05. 2019

my little shelter

휴직기간이 반년밖에 남지 않았다. 아기를 낳고 키우느라 정신 없이 흘러갔던 지난 시간을 생각하니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다. 오늘 오랜만에 같은 직장에 다니는 친구를 만나 시간을 보냈다. 그 친구에게 직장의 최근 소식을 듣는데, 마음이 점점 복잡해졌다. 이제 반년이 지나면 나는 또 다시 광야로 나가야 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 갈 틈을 계산해야 할 정도로 바삐 돌아가는 업무 속으로, 복잡한 인간관계 속으로 다시금 들어가야 한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막 벅차 올랐다.


아이가 주는 행복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아이를 온전히 돌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부족한 체력과 시간 속에서 늘 허덕이며 하루 하루를 지냈다. 힘겹다 생각했던 그 시간. 그 시간이 참 마음만은 고요하고 편안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아이는 내게 작지만 큰 피난처였다. 모든 인간관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 기한이 있는 업무들로부터의 자유를 느끼게 해주었다.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무엇을 해야한다는 의무조차 없이 유유자적 살아가는 아이의 삶. 그 삶을 함께 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졌었다. 아이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고요하였고, 평안했다. 별 것도 아닌 일에 깔깔대고 웃는 녀석이 어이가 없어서 같이 웃다보면 내가 지금 했던 고민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잊어버리곤 했다. 아이가 내게 이렇게 든든하고 큰 피난처였다니. 아이에게 너무나 고맙다.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 동안 잠시 미래로 날아갔다가 집으로 돌아와 잠든 아이를 꼭 안으며 현실로 돌아온다. 아직 내 현실은 달콤하다.


이 작은 몸이 버텨주었던 내 삶의 무게. 그 굴레를 잠시 벗겨준 이 작은 거인에게 나는 참 고맙다. 그 은혜 하나만으로도 나는 평생 아기에게 감사해하며 살아야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웃을 때마다 온세상을 환하게 만들어주던 내 작은 거인. 마음에 켜켜히 쌓인 행복의 기억들이 참 고맙다. 행복의 빚이 참 많다.


내 앞에 다가올 앞날이 조금은 두려워지는 오늘이었지만, 내가 온몸과 마음으로 지켜내야 할 존재가 있다는 건 내게 앞날을 헤쳐나갈 용기를 준다. 이 아이 또한 언젠가 삶의 무게 앞에 나처럼 한 없이 두려워할 때가 있겠지. 그날에는 내가 아이의 용기가 되어주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