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빗소리 Jul 06. 2019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 감사한 것임을

오늘 백혈병에 걸린 아이의 병문안을 다녀왔다. 친구가 먼저 내게 소식을 알려 주었고, 함께 가자고 해주어 다녀오게 되었다. 아이와 부모님 모두 생각보다 씩씩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항암 치료 후의 합병증이 너무 심해서 더 이상의 치료를 중단하고 있다고 말하는 어머니의 표정이 담담했다. 기도 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결국 든 생각은 현재의 모든 것을 감사해하며 살자는 것이었다. 그 아이의 상황과 비교하며 나는 행복한 거야라고 생각하는 상대적 비교를 하고 싶진 않다. 그건 아이에 대한 무례이고, 그로 인한 합리화는 내게도 유익하지 않다. 오늘 즐거웠어도 내일 슬플 수 있는 것이 삶이고, 오늘 건강해도 내일 아플 수 있는 것이 삶이다. 현재 내 삶의 장미와 그로 인한 가시까지 모든 것에 감사해하며 사는 것이 순간을 최대한 행복하게 사는 것임을 믿는다.


아이의 어머니는 씩씩했다. 아이 또한 여러 가족들의 배려 속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현재의 행복을 온전히 누리고 있는 가족의 삶이 내게 말을 거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저 감사해하라고.


육아를 하면서도 쉬이 아이에 대한 무언가를 자랑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SNS를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다. 특히 요새 SNS는 사진을 기본 베이스로 올려야 하기에 삶의 일부분을 노출할 수밖에 없고, 누군가에게 노출하는 부분은 가장 좋은 부분만을 편집해서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자랑이 될 때가 있고, 그 자랑으로 인해 누군가는 상대적인 결핍에 우울해질 수도 있다. 물론 나 또한 여러 엄마표 놀이 등에 나는 이런 걸 왜 아이에게 못해줄까 잠시 슬퍼했던 적도 있음을 고백한다.


우리 아이가 잘하는 것은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 감사해야 하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못하는 게 있어도 감사하다. 잘해도 영원히 잘하는 게 아니고 못해도 영원히 못하는 게 아닐 것이기에. 잘해줘서 고맙다고, 못하더라도 노력해줘서 고맙다고 자꾸만 이야기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오늘 본 아이의 어머니처럼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아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자꾸만 긍정적인 에너지를 심어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호두가 내 딸이어서 감사하다. 7년의 난임 끝에 찾아온 아이가 호두라서 고맙다. 호두의 존재 자체에 감사하고, 호두를 바라보는 것에 온전히 행복해야겠다. 그런 절대적 감사만이 행복의 비결임을 믿는다.


하나님은 선한 분이시니 분명 그 아이 또한 암을 잘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늘 기도로 도와야겠다. 기도의 역사가 정말 컸다는 아이 엄마의 고백이 맴맴 돈다. 하나님은 선하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my little shelte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