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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Jul 22. 2019

브런치의 참맛

조용조용 흘러가던 내 브런치가 며칠 전 갑자기 시끌시끌해졌다. 얼마 전 썼던 '여름 맛'이란 글의 조회 수가 갑자기 수백 대를 찍었다. 하루에 내 브런치에 다녀가는 사람이 500명이 넘었다. '여름 맛' 글의 조회 수는 오늘까지 누적 1500이다.


3월부터 시작한 브런치. 초반에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다. 처음 겪었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하루종일 신기해서 조회수를 자꾸만 보게 되었다. 내 글 중 '우리에게 주방이 필요합니다' 글은 특히 많은 분들이 봐주셨다.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가 5000을 넘었다.


처음에는 우왕좌왕하며 이유를 찾았었는데, 알고 보니 포털 사이트인 다음과 카카오톡 채널에서 내 글이 소개되고, 그 링크를 통해 타고 오시는 분들로 인해 조회수가 올라간 것이었다. 제목을 창의적으로 짓고자 하는 의욕이 있어 제목을 좀 특이하게 지었었는데, 아마도 그 덕이 컸던 것 같다. 제목에 호기심을 갖고 들어오시는 분이 많았다.


기분이 좋았다. 들뜨게 되고, 흥분되었다. 처음 내 글의 조회수가 치솟던 날 얼마나 설레던지 자꾸만 브런치 작가에게 제공되는 통계 화면을 열어 조회수를 확인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말 그대로 조회수가 올라갔을 뿐이었다.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만 같았지만, 며칠 지난 뒤 언제 그랬냐는 듯 내 브런치는 다시 평온을 찾았다. 조회가 곧 구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 처음 깨달았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한참 뒤에 브런치에서 어떤 글을 읽게 되었다. 제목을 특이하게 지어서 조회수를 올린다 해도 결국 그 조회가 구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구독자 수 올리기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그 글의 구구절절 내가 겪은 경험인지라 공감했다. 나만 이런 일을 겪는 게 아니구나 다들 이런 일을 겪으며 브런치 작가로 조금씩 성장해가고 계시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나는 조회수를 위한 제목을 짓지 않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나는 창의적인 제목을 선호하지만, 제목을 지을 때의 마음이 조회수에 연연하지는 않도록 노력해오고 있다.


물론 조회수가 올라가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내 글을 보아준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나는 얼마 전 글에 이런 내 마음을 고백한 적이 있다. 다만 조회수가 올라가고 내려감에 내가 너무 좌우되지 않길 바란다. 이번처럼 우연히 다시금 조회수가 올라가는 일이 생겨도 흔들리는 일 없이 잔잔하게 평소처럼 글을 쓰려한다.


구독자가 생기는 과정은 매력적이다. 구독자가 생기려는 기미는 일단 통계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최근 글이 아닌 오래전부터 써온 글 하나하나를 누군가 쭉 읽었다는 흔적이 남겨질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대부분 며칠 뒤 구독자가 한 명 늘어났다는 알림이 온다. 나의 최근 글의 링크를 타고 들어왔다가, 혹은 어떤 검색어를 통해 들어왔다가 나의 글에 재미를 느껴 다른 글도 읽어보다 그렇게 구독해주시는 것이다.


나처럼 특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가 없는 작가에게 구독자가 생긴다는 것은 가끔씩 있는 고마운 행운이다. 한 명의 구독자가 생길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소중한 드래곤볼을 하나씩 모아 나가는 손오공이 되는 기분이랄까. 브런치의 참맛을 느끼는 순간이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인 글쓰기. 시시때때로 글을 써왔지만, 육아를 시작하며 글쓰기를 더욱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다. 그 욕심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기를 바라보며 느끼는 총천연의 감정을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 거의 매일 한 편씩 글을 쓰게 되었다. 노트에 써도 되었겠지만, 누군가와 나누면 더욱 좋을 것 같았다. 매일의 글을 브런치를 통해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르겠다. 나의 노트가 되어주는 브런치에게 고맙다.


나는 느린 사람이다. 브런치의 참맛도 그렇게 조금씩 고소하게 느껴가고 있다. 글을 쓰는 기쁨, 내 글이 읽히는 기쁨, 내 글을 누군가 더 보고 싶어 해 준다는 기쁨. 그 기쁨을 알게 해주는 브런치 참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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