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이 좋다. 캄캄하고 조용하지만, 감출 수 없는 화려함과 들뜸을 품은 여름밤. 여름 밤의 공기와 냄새를 맡으며 산책하는 것도 좋고, 바람을 가르며 운전하는 것도 좋아한다. 오늘은 그렇게 기분 좋게 음악을 듣다 한 음악을 우연히 듣게 되고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이 차이가 꽤 나는 후배인데도 내가 참 좋아하고 자주 만나게 되던 후배가 있다. 서로의 감성 코드가 맞아 우리의 대화는 좋아하는 음악과 책 이야기들만으로도 풍성히 찼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남들 이야기… 그런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는 없을지라도 밋밋한 듯 밋밋하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가 나는 참 좋았다. 후배를 만나고 오는 날이면 마음 가득 풍성하게 선물을 가지고 오는 기분이었다. 후배가 추천해준 음악, 좋다고 했던 책을 읽으며 또 다음 만남을 기다리고는 했다. 우리는 둘 다 상황에 대한 구애가 없는 사람들이라 상황과 관계없이 만나고는 했다. 눈이 펑펑 오던 날도 함께 만나 내리는 눈을 함께 바라보고는 했다. 눈이 펑펑 오더라도 만나는 사이. 약속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사이. 나는 후배에게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내게 그렇게라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참 좋았다.
이제 후배는 멀리 전근을 가고, 우린 자주 볼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후배와 볼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며 나는 깨달았다. 함께 정성스럽게 쌓아갔던 그 추억만으로도 인생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 누군가와 그렇게 좋은 시간을 나누었던 사실은 외로운 날마다 이따금 펼쳐 보는 책과 같다는 사실을….
후배에게 카톡을 보냈다. 좋은 추억을 선물해주어 참 고맙다고. 곧 만나러 가겠다고.
추억에 부딪혀 얼얼한 가슴을 달래는 여름밤. 사람을 그리워하며 눈물 흘릴 수 있어 참 감사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