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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Jul 01. 2021

추억과 부딪히다


여름밤이 좋다. 캄캄하고 조용하지만, 감출 수 없는 화려함과 들뜸을 품은 여름밤. 여름 밤의 공기와 냄새를 맡으며 산책하는 것도 좋고, 바람을 가르며 운전하는 것도 좋아한다. 오늘은 그렇게 기분 좋게 음악을 듣다 한 음악을 우연히 듣게 되고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이 차이가  나는 후배인데도 내가  좋아하고 자주 만나게 되던 후배가 있다. 서로의 감성 코드가 맞아 우리의 대화는 좋아하는 음악과  이야기들만으로도 풍성히 찼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남들 이야기그런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는 없을지라도 밋밋한  밋밋하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가 나는  좋았다. 후배를 만나고 오는 날이면 마음 가득 풍성하게 선물을 가지고 오는 기분이었다. 후배가 추천해준 음악, 좋다고 했던 책을 읽으며  다음 만남을 기다리고는 했다. 우리는   상황에 대한 구애가 없는 사람들이라 상황과 관계없이 만나고는 했다. 눈이 펑펑 오던 날도 함께 만나 내리는 눈을 함께 바라보고는 했다. 눈이 펑펑 오더라도 만나는 사이. 약속을 절대 포기할  없는 사이. 나는 후배에게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 그리고 내게 그렇게라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좋았다.


이제 후배는 멀리 전근을 가고, 우린 자주 볼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후배와 볼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며 나는 깨달았다. 함께 정성스럽게 쌓아갔던 그 추억만으로도 인생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 누군가와 그렇게 좋은 시간을 나누었던 사실은 외로운 날마다 이따금 펼쳐 보는 책과 같다는 사실을….


후배에게 카톡을 보냈다. 좋은 추억을 선물해주어 참 고맙다고. 곧 만나러 가겠다고.


추억에 부딪혀 얼얼한 가슴을 달래는 여름밤. 사람을 그리워하며 눈물 흘릴 수 있어 참 감사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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