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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Jul 31. 2019

아이라는 집을 짓다

선인장은 사막이 좋아서 사막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막이 선인장을 아직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사는 것이다. 사막에 사는 식물은 어떤 식물이라도 사막에서 가지고 나오면 더 잘 자란다. 


호프 자런의 '랩걸' 중에서





평소 EBS 채널을 즐겨 보는데, 요새 집에 대한 다큐를 재밌게 보고 있다. 오늘 나온 집은 어느 할아버지께서 10년이란 기간 동안 집을 짓기 위해 기다리고 준비하며 지은 집인데, 일단 준비과정에서부터 만든 이의 정성이 느껴져 감동했다. 집을 짓기 위해 집에 쓰일 좋은 나무를 고르고, 그 나무를 기다리는 일, 내 맘 속에 가진 이상적인 집을 요리조리 골몰하며 하나씩 만들어가는 마음. 평소 '정성'이란 단어를 참 좋아하고, 생활 속에서도 그 단어를 실천하며 살려 노력하는데, 오늘 유독 방송 내내 '정성'이란 단어가 자꾸만 떠올라서 참 좋았다. 


문득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집을 짓는 일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이는 집과 달리 자신만의 설계도를 가지고 태어난다. 결국 자신 속의 설계도에 따라 자신만의 특성을 발휘하며 크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특성이 가급적 건강한 방향으로 최대한 활짝 피어나게끔 하는 것은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란 생각이 든다. 글의 첫 머리에 랩걸의 인용구처럼 어떤 아이라도 건강한 환경에서 자라난다면 자신 속의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여 클 수 있을 것이다. 부모에게는 그런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이 부여되고, 그 역할에 열심히 노력을 기울일수록 아이가 자신의 성장에 더 잘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열심히 주춧돌을 세우고 있는 호두의 집을 위해 나는 어떻게 도와주고 있는가. 집의 지반을 닦고, 골격을 세우는 이 시기는 호두의 전체 인생에 참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기이다. 이 골격이 튼튼히 잘 세워질 때 아무리 비바람이 몰아쳐도 든든히 견딜 수 있는 집이 될 것이다. 호두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이 시간이 그 집의 기반을 닦는 좋은 보탬이 되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나는 '랩걸'이란 책을 참 좋아한다. 삶의 경험이 녹아져 있는 책을 좋아하는데, 이 책이 그렇다. 식물학자가 식물을 연구하고, 친구와 우정을 나누며,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삶을 사는 동안 느끼는 것들이 적혀 있다. 이 책에서 발췌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울리는데, 특히 이 문장을 좋아한다. 


"사랑과 공부는 한순간도 절대 낭비가 아니다."


오늘도 애는 썼지만, 자꾸만 헛발질을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하루였다. 모든 것이 느린 내가 팽팽히 돌아가는 하루를 부지런히 쫓아가다보니 숨가쁘고 헛헛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그 모든 순간은 절대 낭비가 아니었음에 위로를 받는다. 나의 모든 정성 어린 시간은 호두의 영혼 속에 켜켜히 쌓인다. 그리고 그것은 좋은 집이 된다. 


호두가 가질 집은 과연 어떤 모양일까? 부디 호두가 그 집 안에서 오래도록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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