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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Sep 05. 2019

육아, 그 끝없는 균형 싸움에 대하여

평소 생각도 많고, 예민한 사람인지라 육아를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 내가 과연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자질이 있는 사람일까. 너무 예민한 태도로 아이를 키우면 어쩌지. 생각이 많아서 걱정 인형이 되어 버리면 어쩌지. 느긋한 성격의 남편이 진심으로 부러웠다. 저렇게 좀 느긋하고, 걱정 없이 살아가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육아를 시작하기 전부터 나는 스스로를 깎아 내렸다.


육아가 시작된 뒤 역시나 예상대로 나는 걱정 인형이 되었다. 이렇게 하면 이런 걱정, 저렇게 하면 저런 걱정을 하며 끝없는 인터넷 검색으로 불안감을 달래려 노력했다. 혹시나 나의 잘못으로 아이가 아플까, 정서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가 걱정이 많았다. 자신감을 갖고 패기 있게 육아하기엔 나는 너무 일자무식 엄마였고, 아는 것이 없는 만큼 그 공간을 불안과 걱정이 빼곡히 들어앉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역시 만고 불변의 진리인 시간은 약이다라는 말이 들어맞았다. 나는 스스로의 역량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균형 맞추기'라는 감각이 있었다. 너무 예민해질 때, 너무 걱정이 많을 때라도 그 상황이 반복되면 점점 무뎌지며 균형이 맞춰졌다. 때론 균형을 잃고 너무 느긋한 쪽으로 치우쳐 방심한 탓에 아이가 다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면 스스로의 변화가 놀라웠다. 그렇게 조심성 많고 예민한 내가 이 정도로 변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임신할 때 읽었던 책 중 내가 좋아하며 의지했던 구절이 있다. 기억이 어렴풋하지만 내용은 대강 이렇다. 인류 역사를 돌아볼 때 모든 아이는 미숙한 엄마 밑에서도 잘 자라왔다고.


준비된 엄마는 없다. 모두들 다 처음이고, 다 미숙하다. 하지만 미숙한 것에도 분명한 차이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 차이는 아마도 태도가 만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숙하더라도 아이를 한 인격체로 존중하려 애쓰는 마음, 육아 중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아이와 기꺼이 함께 이겨내고자 하는 진심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아이에게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버럭 화내기도 하고, 아이의 징징거림에 나 또한 짜증으로 답할 때가 있다. 나는 여전히 부족한 면이 많은 엄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기본적인 내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일은 좀 더 나아져야지. 이 아이를 좀 더 존중하고 싶다. 아이에게 예의 있는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 함께 이 힘듦을 이겨내고 싶다. 그러한 마음들이 유지되는 한 부정적으로 쏠렸던 마음이 다시금 균형을 맞출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육아에 정답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육아는 중도의 길을 잘 걷는 육아라 생각한다. 너무 예민하면 아이도 예민해지기에 안되고, 너무 느긋해도 아이가 아프거나 위험할 수 있기에 조심스럽다. 예민하지도 느긋하지도 않은 적절한 중간 지점이 필요하다. 너무 엄하지도, 너무 자유를 허용하지도 않는 중간. 아이랑만 놀아주면 가장 좋겠지만 그럼 집안일 해결이 안 되어 엄마의 하루 시간 분배가 힘들고, 집안일만 하기에는 아이가 방치되니 이 또한 좋지 않기에 집안일과 놀아주기의 중간. 생각해보면 육아의 중도를 맞추어야 하는 지점이 참 많다. 육아는 결국 균형 싸움이란 생각이 든다. 이 균형 싸움은 아이가 어른이 되는 그날까지도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될 것 같다.


균형 싸움은 참 힘든 일이지만, 육아만큼 그 균형을 안전하게 잘 배울 수 있는 장은 없다고 생각한다. 가치 있는 일 중에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 부디 이 저글링 연습을 몇 년 동안 탄탄히 잘해나가며, 엄마로서가 아닌 내 자신으로서의 삶의 균형 또한 잘 맞추는 사람이 되어가길 소망한다.


이제 더 이상 나는 내일의 육아를 걱정하지 않는다. 내일은 또 내일의 균형을 맞출 방도가 생길 것이라 믿는다. 다만 이를 위해 늘 기도하며, 스스로의 마음을 잘 다잡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한다. 내일을 철저히 준비하되 걱정하지는 않는 마음. 그 마음이 필요하고, 그 마음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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