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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Oct 17. 2019

마치 2인 3각 달리기 같아

초등학교 운동회를 기억해보면 2인 3각 달리기가 참 힘들었단 생각이 든다. 내 맘 같지 않은 짝꿍과 열심히 호흡을 맞추어 나가며 달려가는데, 어찌나 반환점은 멀게 느껴지던지. 짝꿍 때문에 꼬이는 걸음에 짜증이 나기도 하고, 그 부대낌과 번거로움에 몸서리치던 기억. 무엇이든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내가 겪은 불편함 중 하나였다. 


아기를 낳고 힘들어진 일이야 참 많지만, 내게 자주 힘겨움으로 다가오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차키를 집에 두고 오는 것. 


아기와의 외출 준비는 두 배로 힘들다. 양말 하나 제대로 못 신는 녀석의 모든 것을 준비시키는 것은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정작 내 얼굴을 거울로 점검하기도 힘겨운 지경이다. 겨우 겨우 아이의 신발까지 신기고 걸음마하는 녀석의 걸음을 맞추어서 지하주차장에 가서 차문을 열다 깨닫는다. 아........... 차키................ 정말 그 순간에는 주저앉아 막 울고 싶어 진다. 거북이걸음을 하고 다시 집까지 갔다 올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진다. 대체 그렇게 울고 싶으면서 나는 왜 그렇게 차키를 자주 두고 오는가. 스스로를 마구 쥐어박고 싶은 순간이다. 


최근 더 울고 싶은 상황을 겪었다. 장난감을 대여해주는 장난감 도서관에 장난감을 반납하러 간 일이 있었다. 맙소사. 장난감 바코드가 달려 있는 장난감 가방을 안 가져온 것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지 꽤 빡빡한 체계를 가진 곳이라 아예 반납 자체를 거부했다. 오늘 반납을 안 하면 내일부터는 연체료를 물어야 해서 하는 수 없이 다시 다녀오는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 하필 비도 왔다.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두는 길 가다 눈앞에 보이는 흙탕물에 손을 담그며 좋아했다. 그러다 엉덩방아를 찧어 호두의 바지도 젖어 버렸다. 아.................... 정말 싫다. 모든 상황에서 도망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애써 마음을 가라 앉히고, 아이를 다시 차에 태운 뒤 다시 집에 다녀와 장난감을 반납했다. 이미 그때는 진이 다 빠진 상황이었다. 그저 내 한 몸 하나만 책임지며 훌떡훌떡 빠르게 여기저기 다니며 일처리를 하던 과거가 그리워졌다. 대체 왜 이렇게 느리고, 어려워진 것일까. 


어딜 잠깐 이동하는 일도, 도서관에서 책 한 권 찾은 일도 내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오늘만 해도 열람실과 붙어 있는 도서관 3층에서 육아서 한 권을 찾다가 계속 큰 소리를 내는 호두를 안고 도망치듯 나와버렸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대체 나는 무슨 생각으로 책을 빠르게 찾아서 나올 수 있을 거라 자신했을까.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해야 하는 것. 그런 거 전혀 모르는 호두인데, 책 한 권도 못 찾게 하는 호두가 미워지는 유치한 스스로가 더 미웠다. 


혼자 달리던 삶이 2인 3각 달리기의 삶이 되었다. 쉬웠던 모든 일이 너무 어려워졌다. 가끔은 이런 상황이 화가 나고 답답해진다.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내가 아는 일 중에 가장 귀한 일이다. 하지만 귀한 것일수록 치러야 하는 대가는 크다는 것.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디라는 말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아이가 귀하고 사랑스러울수록 내가 느껴야 하는 힘듦과 답답함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전쟁 같은 오후를 보내고 엄마를 사정없이 안아주는 아이와 달달한 밤을 보낼 때면 왠지 모든 힘듦을 씩씩하게 잘 이겨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날 닮은 얼굴로 곤하게 잠든 저 아이. 자는 얼굴 하나로도 내게 위로를 건네는 이 아이와의 2인 3각 달리기라면. 힘들어도 해볼 만한 경기 아닐까 생각한다. 내일이면 또 힘들어할 나를 아이가 꼭 안아줄 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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