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너에게.
이 편지를 언젠가 네가 세상에 나와 자란 뒤 읽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염원을 품고 편지를 시작해보려 한다. 이 편지가 수신자 불명의 편지가 될지, 언젠가 어른이 될 너에게 너의 시작을 알려주는 감동적인 편지가 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너를 마침내 내게 주실 거란 믿음을 가지고 엄마는 이 편지를 쓴다.
엄마는 다시금 너를 갖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임신하기 어려운 몸이라는 자각은 여자로서 참으로 슬프고 힘든 자각이지만, 그 자각 속에 갇히지 않고 알을 깨며 나아가 보려 한다. 매일 뾰족한 바늘을 스스로 배에 찌르는 일이 아무렇지 않다 말하곤 했지만, 엄마도 사람인데 어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먹고 나면 속이 메슥거리는 물약을 먹고, 몸에 들어오는 많은 약물에 의해 요동치는 컨디션과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일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엄마는 잘 이겨내 왔고, 앞으로도 거뜬히 이겨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오히려 엄마를 가장 힘들게 하는 일은 이번에는 너를 만날 수 있을까란 기대가 좌절되는 순간이다. 기다림과 좌절의 반복 속에 엄마는 가끔 깊이 영혼이 침체되는 것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와의 만남을 포기할 순 없다.
하나님께서는 자식은 태의 상급이라 하셨다. 엄마는 하나님께 상급을 받고 싶다. 나의 첫째 아이 호두를 기르며, 나는 하나님께서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배우는 귀한 시간을 보냈다. 내가 호두를 목숨 같이 사랑하는 그 마음만큼 하나님도 이렇게 가슴 떨리게 나를 사랑하시겠구나. 호두를 위해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는 나처럼 하나님도 자기 아들을 죽게 하시기까지 어려움을 이겨내며 나를 사랑하셨구나. 그렇게 나는 하나님의 사랑을 배웠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하나님께서 너를 내게 보내주시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너를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금 배우며, 너와 사랑을 나누는 아름다운 과정을 겪고 싶다 생각한다.
사랑하는 아이야. 하지만 엄마는 이 간절한 마음들과 정 반대되는 기도를 하고 있구나. 너를 보내주시길 기도하지만, 사실 그 기도보다도 이 모든 과정의 결과가 어떠하든 믿음을 잃지 않게 해 달라는 기도를 먼저 하고 있다. 생명의 주권은 하나님께 있고, 하나님의 생각이 어떠하신지 엄마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엄마는 엄마의 생각보다 훨씬 훌륭하고 멋진 하나님의 생각을 신뢰한다. 시험관이란 힘든 과정을 겪으며 엄마가 감당해야 할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런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신앙이 엄마 속에 있길 소망한다. 그리고 그런 강한 영혼을 가진 엄마여야지만 감히 너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너는 하나님께서 쓰셔야 할 재목. 어렵게 얻은 자식을 하나님께 거리낌 없이 나실인으로 바쳐야 했던 한나를 생각한다. 엄마가 너를 얻는 과정도 한나만큼이나 참 어렵고 힘이 들지만, 한나처럼 하나님께 거리낌 없이 너를 드릴 수 있길 바란다. 그것만큼 너에게 최고의 삶을 선물해줄 수는 없을 테니까.
너는 축복의 씨앗이다. 하나님은 엄마에게 많은 기도의 분량을 채워야지만 네가 나올 수 있다는 마음을 주셨다. 게으르기 짝이 없던 엄마는 그 마음에 순종하여 매일 새벽마다 너를 위해 부르짖는다. 네가 가진 기도의 큰 그릇은 엄마의 작은 기도들이 채우기에는 너무 넓고 깊구나. 하지만 엄마는 감사하다. 이 그릇을 모두 채우고 나오는 너는 얼마나 귀한 아이일까. 채워지지 않는 그릇에 절망하지 않고 싶다. 오히려 그릇을 가득 채운 기도의 찰랑거리는 물결을 상상해본다. 너는 낳기 전부터 축복이 가득한 아이구나.
너를 갖기 위해 눈물짓던 새벽을 엄마는 평생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네가 나에게 온다 해도 엄마는 이 새벽의 부르짖음을 너를 위해 평생 이어가리라 약속해본다. 네 그릇에 가득 찼던 기도들이 너의 삶을 통해 점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엄마는 더욱 힘을 내어 보련다. 너는 엄마를 위한 아이일 뿐만 아니라 이 집안을 세울 아이, 네가 속한 공동체를 올바른 선으로 이끌 아이, 네가 살았던 사회를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고 떠날 아이이다. 그런 너의 삶을 위해 엄마는 지금부터 기도해보려 한다. 그리고 하나님은 오직 하나님만을 위해 기도했던 엄마의 기도 제목들을 반드시 이루어주실 것이리라 믿는다.
사랑하는 나의 둘째야. 너를 사랑한다. 하나님께서 엄마에게 부어주시는 크나큰 사랑으로 너를 사랑한다. 그리고 언젠가 너에게 사랑받을 행복한 엄마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너 같이 귀한 사람에게 사랑받는 기분은 얼마나 행복하고 놀라운 경험일까 상상하며.
엄마는 이 시간들을 잘 이겨낼 거야. 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위해. 언젠가 네가 이 편지를 읽고, 너의 존재가 얼마나 존귀한 존재인지를 깨닫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리고 엄마도 너에게 매일 이야기해줄게. 너는 존귀한 자라고. 사랑하고 축복한다. 너를 만날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