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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앙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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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Mar 20. 2021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

잘 지내셨는지요? 오랜만에 소식 전합니다. 돌아보니 2달 정도 글쓰기를 내려놓고 살았네요. 그동안 제게는 많은 일이 있었어요. 슬픈 일, 갑작스러운 변화..... 환경이 180도 달라지다 보니 글쓰기가 많이 버거웠네요. 그러나 제 마음 한켠에는 하나님이 내게 주신 소명인데, 이렇게 내가 힘들다고 멈추면 되는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러다 어제 한 구독자님의 댓글을 읽고, 힘들어도 조금만 틈을 내어 나의 소명을 이루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 주신 달란트를 땅 속에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갈고닦아 누군가를 위해 쓰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어요. 제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풀어지게 만든다니...... 제가 가진 사명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생각하니 행복했습니다. 한 명의 마음이라도 살리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내 인기를 위해 흥미를 자극하는 글이 아니라 투박하고 거칠며 재미없어도 단 한 명의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쓰고 싶어요.


2월에 어렵게 가진 아이를 유산했습니다. 둘째를 계획한 뒤부터는 5번째 시험관, 2번째 유산이었어요. 병원에서는 제가 나이가 많아서 수정란이 노화되다 보니 생명을 유지할 힘이 부족하다고 하네요. 그러나 복불복이기에 때론 건강한 수정란이 나올 수 있으니 갖고자 하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하셨어요. 남편과 소파수술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저의 선택을 전적으로 지지해준다는 남편에게 둘째를 꼭 가지고 싶으니 노력해보자 이야기했어요. 한동안 마음이 아프고 슬펐지만, 그렇게 절망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하나님께서 꼭 저에게 아기를 주실 거라는 확신이 있고, 그 길이 좀 고난이 있을 수 있다 생각했어요. 고난 없이는 면류관은 없습니다. 여러 고난이 있었기에 우리 첫째 호두를 감사함으로 철저히 신앙적으로 키울 수 있었어요. 저는 다른 이들보다 임신이 참 어려운 사람이에요. 때론 이걸로 많은 비관을 하고 우울을 겪었지만, 지금은 제 마음에 기쁨과 확신이 넘칩니다. 양가 부모님은 호두를 보며, 이렇게 예쁜 아이를 주신 것을 봐, 역시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라는 말을 자주 하세요. 우리의 분에 넘치는 아이를 하나님께 선물 받았다고요. 호두는 사랑이 많고 누구보다 하나님을 참 사랑하는 아이예요. 그리고 가족을 진심으로 기쁘게 만들어주는 마음이 참 예쁜 아이랍니다. 그런 아이를 주시다 보니 제게는 둘째에 대한 확신도 생깁니다. 하나님께서 어렵게 주시더라도 정말 귀한 아이를 주실 거라는 믿음.


사람들이 저에게 왜 둘째를 갖고 싶냐 물어보고는 해요. 여러 글에도 밝혔지만, 저는 첫째를 위해 둘째를 갖는 것은 아니에요. 가장 큰 이유는 제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제가 태어나 해본 일중 육아만큼 고귀하고 아름다운 일은 없는 것 같아요. 품이 많이 들고 힘들더라도 한 생명을 하나님 사람으로 키워내는 작업이 얼마나 저를 성장시키는지를 배웠어요. 그래서 한 번으로 끝내고 싶지 않더군요. 한 번만 더 하나님의 사람을 키워내는 소명을 감당하고 싶었어요. 그 옆에서 아이가 하나님을 알아가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얼마나 부모로서 큰 기쁨이고 감동인지를 아니까요.


저는 꼭 아이를 가질 것입니다. 첫째부터 7번의 시험관을 거치니 어려움보다는 상황에 대한 익숙함과 적응을 배웠어요. 그래서 시험관 자체가 어렵지도 않고, 하나님이 저에게 강인한 마음을 주셨기에 유산과 실패에도 그리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렇게 하다가 영영 실패한다 해도 적당한 선에서 멈출 수 있는 지혜 또한 주실 것임을 믿기에 제게 주신 시간 안에서는 최선을 다해보고 싶습니다. 주시지 않아도 감사, 주셔도 감사인 마음이네요.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 사명이라 생각해요.


얼마 전 복직도 했어요. 9월에 출산 예정이었기에 올해도 휴직을 할 생각이었는데, 2월에 갑자기 유산을 하게 되면서 복직이 불가피하게 됐네요. 둘째를 가질 계획이라 내년부터 다시 휴직을 할 수도 있어서..... 업무를 두고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7년 동안 난임으로 아이가 없어서 시간이 많은 편이었어요. 워낙 일을 좋아하는 편이라 즐겁게 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승진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고, 여러 승진 점수를 얻게 되었어요. 그때는 아직 어려서 승진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들은 해보지 않았고, 그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휴직을 3년 정도 하게 되면서 나는 이제 남들보다 많이 뒤처져서 승진으로부터는 멀어졌구나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어요. 그러나 여러 사람들의 피드백을 들으며, 부장으로서 사람들을 섬겼던 시간, 선하게 일을 하여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직업인으로서의 소명이 리더가 되어 누군가의 발을 닦여주는 일이라면............ 그런 리더라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12년 동안 일을 했는데, 처음으로 업무에 대한 제 욕심을 모두 버리고 기도했습니다. 그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시라고. 제가 따르겠다고. 며칠 기도하다 직장의 연락을 받았는데, 부장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하셨어요. 하나님의 뜻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수락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참 좋아하는 업무의 부장이었어요. 저는 연구기획 파트를 좋아하거든요. 수업을 연구하고, 계획하는 업무는 교사 본연의 업무이기에 이왕이면 그런 업무를 더 좋아해요. 물론 연구기획 파트의 일이 많긴 해도 일의 양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업무의 본질이 훨씬 더 중요했어요. 기쁘게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였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시 부장의 길을 걸어가게 하신다는 건 리더로서의 길을 배우게 하시는 것이고, 다시금 제가 승진을 준비하길 원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년에 대해서도 생활지도가 어렵지 않은 아이들, 순한 아이들을 맡고 싶은 욕심은 있었지만,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어 이 또한 모두 내려놓고 기도했어요. 그러다 여러 우여곡절로 받은 2학년 아이들을 섬기게 되었는데, 3주를 지나 보니 왜 하나님께서 이 아이들을 제게 맡기셨는지에 대해 점차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제게 쉬운 길을 가지 말고 사람을 살리는 길을 가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하셨어요. 너에게는 사람을 살리는 소명이 있으니 아픈 아이들을 살려주라고. 상처 입고 넘어진 아이를 손 잡아주고 다시 걷게 하여 그 아이의 삶을 구조하라고. 순하고 예쁘게만 보이던 아이들이었는데, 3주를 지내다 보니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몇몇 알게 되었어요.


새학기 둘째 , 아이들끼리 싸움이 일어났고, 분노조절장애처럼 얼굴이 시퍼레져서 미친 듯이 소리 지르는 아이를 끌고 복도로 나갔어요. 아이를 말리는데, 저를 밀치고 소리 지르며  비슷한 소리를 하는 아이를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고작 9살짜리 아이에게 어떻게 저런 시퍼런 독기가 있을까. "따라오지 마세요!"라며 소리 지르고 달려가는 아이를 무작정 따라갔습니다. 독기를 품고 째려보는 눈을 저도 같이 쳐다봤어요. 공부를   절대 눈을 피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어서요. 아이가 슬며시 눈을 내리 깔더니 의자에 앉아 멍하게 앉았어요.  느낌에 아이가 정신이 들었는지 저에게 민망해한단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저는  상황이 너무 무서워서 계속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있었는데, 하나님께서  마음에 갑자기  말을 주셔서 입술이 움직여졌어요. "지호(가명), 네가 나한테  모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아.  그런  아무렇지 않아. 선생님은 네가 어떻게 행동하더라도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어. 선생님은 너를 사랑해." 아이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어요. 아마도 당황스러웠던  같아요. 갑자기 우는 아이를 달래주면서 마음이 괜찮아지면 들어오라고 자리를 떴습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죠. 어제도 또 그런 일이 생겼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선생님에게 저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하는 행동 했고, 그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이상하다고 빨리 와달란 연락을 받았어요. 급하게 뛰어가니 아이가 독기눈을 하고 또 시퍼런 얼굴로 있었습니다. 아이를 끌고 빈 교실로 들어갔어요. 여전히 독기눈을 하고 앉아 있는 아이를 보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 오늘 너 혼내고 싶은 마음 없어. 그냥 널 위로하고 싶어." 아침마다 엄마, 아빠가 싸운다고, 자기 때문에 싸우는 것 같다고, 자기는 불행하다며 매일 생활 공책에 쓰는 아이를 어떻게 혼낼 수 있을까요. 아침부터 그런 모습을 보고 책상에 앉으면 이 아이는 공부를 어떻게 하며, 친구와는 어떻게 순탄히 놀 수 있을까. 제 이야기를 했습니다. "네 마음 어떤지 알아. 선생님도 엄마, 아빠가 매일 싸우고, 엄마가 집을 나가기도 했어. 그래도 이렇게 꿈을 이루고 강한 어른이 되어 있잖아. 너같이 똑같은 마음으로 아픈 아이들을 이렇게 위로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으로 컸잖아. 너도 그럴 수 있어. 아무 걱정하지 마. 그런 일은 네가 자라는데 아무런 해를 끼칠 수 없어. 너도 어른이 되면 누군가를 사랑하고 위로해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꿈을 이룰 수도 있어. 괜찮아." 한참 이야기하는데, 아이가 많이 울었습니다. 아이를 보니 너무 슬퍼져서 저도 함께 울었습니다. 절대 자존심 때문에 그 선생님께 사과하지 않겠다는 아이에게 이야기했어요. "사과는 용감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네가 용기를 내주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너도 성장하는 거야. 네가 더 행복해지는 거야. 옆에 있어줄게." 아이 손을 끌고 선생님께 갔습니다. "죄송합니다." 작은 소리로 말하는 아이의 등을 힘껏 두드려줬습니다.


이런 일은 또 일어나겠지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사람이 변하기에는 사람은 참 묵직한 존재이니까요. 일 년 내내 이런 일이 또 일어나고, 또 일어난다 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하나님이 제게 주신 말과 행동만을 준비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아이 안에 있는 독기를 다 빼내고 풀어내야 아이가 살 수 있으니까요. 뱀의 독처럼 퍼져 있는 독기가 얼마만큼인지를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아이를 살려내야겠단 의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교사로서 여러 아이들을 섬기지만, 그저 예뻐해 주고 응원해주는 아이들이 있고, 이렇게 제가 살려내야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말씀하시네요. 교사의 길도 절대 쉽게 가지 마라, 사람을 살려내야지, 그게 내가 너한테 준 사명이야. 요즘은 담임을 기피하는 추세입니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스마트폰 기기의 발달로 요즘 아이들은 점점 산만해지고 안정감을 잃어가서 예전보다 마음이 많이 약한 상태로 학교에 들어오게 됩니다. 아이가 워낙 귀한 시대라 학부모님 또한 기다리며 지켜봐 주는 것보다는 곧바로 전화기를 들고 해결하려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생활지도 문제로 골치 아픈 것보다는 교과만 가르치는 전담교사가 훨씬 인기가 많아요. 그리고 생활지도가 어렵지 않은 학년을 지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또한 그러고 싶다는 인간적인 생각이 들지만, 하나님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는 걸 얼마 전 깨닫게 되었어요. 남들이 어렵다 해도 너는 아이들과 더 가까운, 그리고 더 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담임의 길을 걸어라, 생활지도가 어려운 아이들은 내가 너를 통해 변화시킬 테니 그 아이들에게 가거라. 하나님의 말씀은 순종하긴 어려워요. 저도 선뜻 어렵다 하는 아이들을 제가 맡겠습니다라는 말이 떨어지진 않더군요. 그러나 어떻게든 저의 길을 잡아 이끄시는 하나님이시기에 결국 저는 올해도 자연스레 그런 아이를 만나게 되었고요. 그렇기에 불평불만하지 않습니다. 이 아이의 변화를 통해서 저를 성장시킬 하나님을 기대하게 됩니다.


교사생활 동안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섬기고, 관리자가 되면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섬겨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제 욕심으로 원하는 승진의 길이 아니라 분명한 소명을 깨닫고 결정한 승진의 길이기에 하나님께서 그 길의 과정을 알맞게 잘 이끄실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설사 승진에 실패한다 해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끝까지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섬기는 멋진 선배교사의 길을 걸을 테니까요. 승진에 노력하다 보면 일도 더 잘 파악하고 잘하게 될 테고, 그렇게 하다 보면 승진에 실패하여도 능력은 있는 선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둘째 아이도 직접 키울 예정이라 2년의 휴직이 더 남아있지만, 천천히 가도 된다는 마음으로 육아와 승진의 길을 모두 천천히 소화하며 걸어보려 합니다. 집의 아이들이든 학교의 아이들이든 잘 섬겨내는 것이 제 삶의 사명이니까요.


앞으로의 글은 조금은 달라지겠지요? 이제 집에서 육아와 신앙생활에 전념하는 삶이 아니라 삶의 전쟁터에 나가 사람을 살리는 삶을 살게 되었으니까요.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 그래서 나도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 이 일을 통해 하나님 영광이 드러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저를 다시 늘 글 앞으로 돌아오게 하는 구독자님들 참 감사합니다. 그대들이 있기에 저 또한 하나님의 사명을 놓치지 않고 살 수 있네요.


그럼 모두 오늘도 주님 주신 사명과 달란트를 열심히 닦고 갈으시길 소망하며............ 천국 가는 그날까지 힘을 내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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