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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앙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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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Jul 24. 2021

저는 아름답습니다

한 달 전 8번째 시험관(둘째로서는 6번째)이 실패로 끝이 났습니다. 가장 많은 난자가 채취되었고, 가장 많은 수정란이 배양되었기에 가장 많이 기대가 되었던 시험관이기도 했습니다. 피검사 전 해본 임신테스트기의 한 줄을 보며 한동안 황망히 서있었습니다.


왜 난 둘째를 포기할 수 없을까? 남들은 저렇게 금방 마음을 잘 다잡던데......


한동안 여전히 포기가 되지 않는 둘째에 대한 소망으로 마음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저는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이 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와 제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채워주시는지를 믿습니다. 그러나 넘어졌을 때 생긴 마음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야 만 아물더군요.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세계 만물의 순리대로.... 마음의 상처 또한 그렇게 순리에 맞게 시간이 필요합니다.


고난의 시간 동안 하나님은 특별한 위로를 꼭 전해주시곤 합니다. 이번에도 여전히 내미시는 사무엘 카드에 힘든 와중에도 웃음이 터졌습니다.


"하나님, 또 사무엘이에요?!"


참 여전하신 우리 하나님.


"내가 사무엘처럼 쓸 거라 이야기해줬잖아. 잊지마."


하나님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하여 다시금 사무엘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려주셨습니다. 오랜 난임으로 괴로워했던 한나에게 하나님께서 선물해주신 사무엘. 암흑의 사사시대와 새로운 왕정시대를 이으면서도 이스라엘 신앙의 부흥을 이끌었던 사무엘. 하나님 마음에 합한 유일한 이스라엘의 왕 다윗은 사무엘의 헌신이 아니었으면 세워질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저에게 다시금 소망을 주셨습니다. 내가 신앙으로 철저히 키울 우리 아이를 하나님께서 세상을 좀 더 이로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쓰실 거라고. 큰 인물이 되길 바란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저 세상의 아주 작은 부분 하나라도 이로운 곳으로 바꾸는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살길 바랄 뿐입니다. 악한 세상의 문화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올바른 선택을 해가며 세상의 약자들을 위해서 용기를 낼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서 자라길 바랍니다. 하나님이 주신 사무엘 카드에 또 마음이 흔들려 그런 부푼 꿈을 꾸다 보니 상처가 아무는 시간이 또 모두 지나버렸습니다.


저는 꿈꿉니다. 언젠가 제 품에 아이를 품을 날을. 그리고 그 아이가 자라서 하나님과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하나님을 위해 살아갈 날을. 그렇게 꿈꾸다 보면 더 이상 제가 지나온 길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힘겹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고백하고 싶습니다. 소망을 품다 실패하는 이 모든 과정의 시간들이 저를 좀 더 합당한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빚어가고 있음을. 비록 자꾸만 생기는 생채기에 마음이 아파도 결국 저는 다시금 탄력 좋게 회복하고, 더 강해진 굳은살로 하나님이 주신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저와 같은 난임의 길을 걷는 믿는 엄마를. 당신은 마리아처럼, 한나처럼 하나님의 사람을 마침내 품을 위대한 엄마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비록 우리는 약하지만, 하나님께서 약한 우리를 들어 쓰셔서 강한 엄마로 세워주실 것이라고.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그 생명을 품기 위해 끝까지 기도로 승리하라고.


난임이 아니어도 힘든 길을 가는 모든 그리스도인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왜 성공만이 좋은 것일까요? 비록 실패하더라도 끊임없이 나아가는 한 영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우리는 너무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실패했고, 또 나아갑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직시하며, 즐겁게 나아갑니다. 저는 아름답습니다. 하나님 형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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