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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Nov 26. 2021

너를 만나는 모두에게 너라서

#1

책을 선물해준다는 친구의 말에 한참 고민하다가 고 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를 골랐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루어진 책이어서 몇 번을 사려 마음 먹었지만, 새로운 신간들에 밀려 이상하게도 연이 닿지 않았다.


친구가 보내준 책을 받고 읽는데, 이미 여러 번 본 문장 앞에서 또 어김 없이 멈추어 버렸다. 여전한 아름다움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p12)."


아름다운 문장을 되뇌이며 책을 꼭 안아본다. 책이 좋으면 책 표지를 쓰다듬곤 한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책이 좋으면 꼭 안아보는 나의 습관이 공감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나도 이처럼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사람이 되었으면. 황현산 선생님은 그렇게 늘 내게 희망을 갖게 한다.



#2

“너를 만나는 모두에게 너라서 고마워.”

친구의 편지를 읽고 마음이 먹먹해졌다. 누구보다 올해의  마음 고생을  알고 있는 친구이기에, 누구에게든 최대한의 내가 되어 보려 고민했던 많은 밤들을 바라보았기에.


사람에게는 사람이 가장 큰 위로이다. 나를 늘 귀하게 여겨주는 그녀가 있기에 감사하다. 무심코 흘러가는 마음 조차 읽어주는 사람이 있기에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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