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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Nov 29. 2021

진짜 예쁜 눈은

엄마는 나에게 자주 말한다.


“여자는 늙어 죽을 때까지 아름다움을 잃지 말아야 해.”


집에서도 예쁜 옷을 입고 다니라 하고, 아무도 발을 보지 않는 겨울인데도 네 발은 네가 매일 보는 것이니 엄마가 네일샵 가서 예쁘게 꾸며 주겠다고 친정에 한 번 놀러 오라 한다. 집 앞에 가더라도 꼭 화장을 하고 늘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준비하는 엄마. 우리 엄마이지만, 나는 엄마의 그런 모습이 새삼스럽다.


항상 예쁘게 살라는 엄마의 말은 곱지만, 앞에 붙는 ‘여자는’에 괜히 분노가 생겨 매번 반발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남녀차별이 심했던 시대 속에서 살아온 엄마의 역사를 이해하기에 관대히 넘어간다.


엄마의 바람대로 나는 가급적 예쁘게 살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생각한다. 그건 바로 ‘깊은 눈빛’을 갖는 것.


나는 누군가의 눈을 자주 바라보며 이야기하는데, 눈을 바라보며 그 사람의 눈빛의 깊이를 가늠할 때가 있다. 내가 아는 사람 중 깊은 눈빛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삶 자체를 깊게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삶 한 조각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하고, 때때로 스스로를 깊이 사색하는 시간을 통해 자신를 탐구하기도 한다. 많은 이의 눈을 관찰해서인지 나는 그런 눈빛을 잘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눈을 가진 사람과는 꼭 친구가 되어보려 노력한다.


예쁜 사람보다 깊은 눈빛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마도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보다 삶을 사색하고 스스로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시간이  때마다 혼자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곤 한다. 움직이는 삶을 조용히 멈추어 모든 경험과 이야기들을 차분히 정리한다. 그런 시간들이 나에게 깊은 눈을 가지게 하는 시간이라는  조금씩 깨닫고 있다.


엄마에게 언젠가는 말해주고 싶다.


“엄마, 나는 예쁜 여자 말고, 깊은 눈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난 그게 더 예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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