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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Dec 27. 2021

설레이는 밤

오랜만에  운전을 하고 싶게 만드는 음악을 만났다. Pink sweats ‘I feel good’. 드럼 비트를 들으니 운전하는  안에서 야경을 보며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20 때부터 야경을 바라보며 차를 타는 정말 좋아했다. 그때 음악을 들으며 버스에서 바라보던 한강의 야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20 때의 나는 운전 면허만 있을  차가 없어  드라이브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가지고 있었다.


25살에 첫 차가 생기고 나는 정말 마음껏 밤의 드라이브를 즐겼다. 단짝 친구와 가을 밤 바다를 뜬금 없이 보러 가서 바닷가에 앉아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고 오기도 했다. 그때 친구의 웃음소리와 하얗게 부서지던 파도가 아직도 생생한 걸 보면 행복했나보다.


운전하는 게 좋다. 장거리 운전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플레이리스트만 꽉 차 있다면 두세 시간 넘게 운전하는 것도 거뜬히 하는 편이다. 음악을 들으며 이 생각 저 생각, 생각의 여행을 하다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있으니까. 앞서 말했듯 가장 좋아하는 건 밤 운전이다. 어둡다는 위험성은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짝이는 불빛을 바라보며 운전하는 일은 참 낭만적이다. 밤의 감성을 담뿍 느끼며 음악을 듣고 운전하는 일은 언제나 좋다.


지금 나는 밤 드라이브에 딱 맞는 음악을 찾았고, 운전할 차도 있다. 진심으로 나가고 싶다는 내적 갈등을 치열하게 했지만, 내일 출근이란 사실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20살에는 차를 살 돈이 없고, 39살에는 운전할 시간이 없다. 인생은 얼마나 공평한 것인가. 결국 나는 그 어떤 나이에도 완벽히 모든 걸 가질 수 없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재밌다. 없으면 없는대로 즐겁게 살아야 할 이유이다.


조만간 출근 따위는 잊어버리고 진짜 밤 드라이브를 꼭 해내고 말 거라 불끈 다짐해본다. 이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은 또 어이 없어하며 웃을 거다. 그리고 너는 정말 어쩌면 하나도 안 변하냐 이야기할 것만 같다.


23살의 내가 친구들과 임용시험 전 케잌 촛불을 불다 했던 말이 떠오른다.


“있잖아. 나이드는 건 싫은데, 계속 나이 먹어도 내가 여전히 나로서 늙을 거 같애. 그래서 두렵지는 않아.”


16년 전의 나는 어쩌면 그렇게 잘 알고 있었을까. 여전히 나는 그때의 나처럼 철 없고, 충동적이며, 한 없이 감성적이게 살고 있다. 여전히 밤의 드라이브를 좋아하고, 음악을 듣다 눈시울을 붉히곤 한다.


내 안의 소녀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 고등학교 때 친구와 이어폰을 한 쪽씩 나누어 끼고 라디오헤드의 creep을 들으며 학교 교정 땅바닥에 벌러덩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던 모습 그대로.


사랑하는 것들이 여전히 많아 참 설레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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