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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Feb 11. 2022

흐르는 강물처럼

매번 글을 쓸 때는 이 글을 읽는 누군가를 위해 글을 썼지만, 오늘은 온전히 나를 위한 글쓰기를 해보려 한다.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상처 난 마음을 매만지고 다독이며 잘해왔다고 괜찮다며 기운을 주는 글쓰기, 지난 상황들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더 나은 사유를 만드는 글쓰기. 오늘은 그런 글쓰기를 하고 싶다. 


최근 내 앞에 일어난 몇몇 상황에 나는 마음이 많이 상했다. 서운함과 배신감을 느꼈고,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도 느꼈다. 최선을 다해도 결코 고생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없는 현실에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자세하게 쓰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에 대해서 나쁘게 말하는 일은 나를 피로하게 하고, 지금 내 앞에 일어난 상황보다 그 일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내 삶에서는 훨씬 중요하다 생각이 들어서이다. 


당분간 장독대의 김치처럼 숙성될 때까지 내 마음에 꼭꼭 담아두고 생각해보려 했는데,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날 것의 감정들이 마구 나와버렸다. 집에 도착해서도 감정이 가라앉지 않아 한참을 울어야 했다. 침대에 누워 오래도록 생각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앞으로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가야 할지.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하나이다. 내가 이런 상황에 놓여있을 때마다 항상 떠올리는 문장. 


"When they go low, we go high."  그들이 저속하게 나간다 해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갑시다. 


트럼프가 정치판에 구정물을 퍼부을 때 미셀 오바마가 했던 말인데, 인간관계에 회의를 느낄 때마다 나는 이 문장을 자꾸만 떠올리고는 한다. 내 주변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든 내 알바가 아니다. 그냥 나는 내가 옳다 생각하는 방식으로 살면 된다. 내가 살면서 가장 추구하고 싶은 가치는 '아름다움'이다. 어떤 순간에서도 나의 선택이 이기적이거나 욕심을 품지 않고 그 상황 속에서 최대한의 선을 품은 '아름다움'이길 바란다. 그러기에 괜찮다. 나는 이 상황에서 가장 나다운 선택을 한 것이고,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상관없었다. 나쁜 상황 속에서 내 자신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았으니까.


과정이 아름답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이럴 때마다 새삼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인데, 나는 내 가족과 친구들에게 아름다운 과정을 반복했던 사람으로 남고 싶다. 비록 내 결과가 초라해도 말이다. 결국 장기적인 삶의 관점으로 바라볼 때는 결과보다 과정의 말이 훨씬 더 힘이 세니까. 그 과정에 의해 내 삶의 흔적이 판단되는 것이니까. 나는 그 사실을 믿는다. 


흐르는 강물처럼. 여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나는 하나님께서 모든 결과를 주관하신다는 것을 믿으며 기도하고, 그저 흐르는 상황의 강물에 몸을 맡기며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려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것이 편해졌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어렵다. 그냥 상황이 좋지 않았다 생각하고 싶다.


지난 며칠 동안 마음고생을 한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정말 잘했어. 하나도 초라하지 않았어. 그거면 된 거야."


나는 내 모든 선택이 자랑스럽다. 설사 그게 누군가한테는 바보 같은 선택 같아도 말이다. 내 자신을 좋아하며 산다는 건 하나님이 주신 큰 축복이라 생각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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