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감사한 일
하나님을 믿으며 가장 감사해하는 일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 심장이 쿵쾅거릴 때, 몹시도 괴로울 때. 늘 나는 조용히 기도를 하며 그분께 내 마음을 쏟는다.
살아갈수록 혼자 가슴에 품어야 할 이야기들이 늘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롭다거나 답답해하지 않는 이유는 기도 속에서 하나님과 대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온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것만큼 한 사람을 생기 있게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기도하며 나는 그분께 내가 넘치도록 사랑받는 사람임을 느낀다. 내가 사랑받을만해서가 아니어서 더 그렇다. 그분을 매일 실망시키고 걱정시킬 정도로 부족한 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이유를 넘어 내 모습 이대로 나를 사랑하신다.
나는 사랑받고 있고, 나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말없이 경청해주는 누군가가 있다. 그 사실 하나가 오늘도 나를 살게 한다.
# 가장 두려운 일
반면 가장 두려운 일은 내 위선을 발견할 때이다.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내 내면이 정말 별로일 때가 많다. 그 차이를 발견할 때 나는 깊은 슬픔을 느낀다. 내가 슬퍼할 때마다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꼭 주시는 말씀이 있다.
[요일 4:18]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두려움은 형벌이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감정이 아니다. 어쩌면 나의 위선은 내가 연약한 인간이기에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연약한 내 모습을 인정하고 더욱 겸손해지는 것뿐일지도. 겸손함은 약한 나를, 그리고 비슷하게 약한 남을 이해하는 길일 수도 있다.
내일은 좀 더 괜찮은 사람으로 살고 싶은데, 아마도 나는 또 실패할 것이다. 하루하루 완벽해져 가는 사람이 아니라 하루하루 스스로의 연약함을 더욱 보듬는 사람으로 살려한다. 내가 나를 안아줄수록 더 많은 사람을 안아줄 품이 생길 것이니 말이다.
온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내쫓는다. 나의 위선조차 애쓴다며 귀여워(?) 해주시는 하나님의 손을 잡고 두려움을 내쫓아본다. 평생 가도 연약한 본성이 어딜 가겠는가. 늘 놓지 않는 그분의 손이 있음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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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신앙 일기를 쓴다. 그동안 쓰지 못한 이유는 스스로의 부족함 때문이었다. 복직 이후 현저히 적어진 개인 묵상 시간과 내가 하나님 보시기에 그리 모범적이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속상함 때문에 단 한 문장도 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오래도록 생각해 본 결과, 신앙 일기는 완벽한 순간에 쓰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그 모습 그대로 매일 실패하고 다시 일어나 보려는 이야기들을 쓰는게 아닐까 생각했다.